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연출한 가운데 중국 헤지펀드가 두각을 나타내 주목된다.
중국 역내 펀드는 물론이고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활동하는 역외펀드도 글로벌 주식시장을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올해 헤지펀드 업계의 운용 성적이 중국 투자 여부에 따라 갈라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 팬데믹의 진원지인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의견이다.
중국 난징(南京) 소재의 증권사 객장에서 한 고객이 주식 시세 전광판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신화 뉴스핌] |
28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중화권 롱숏 주식 헤지펀드 인덱스가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8.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인덱스는 56개 중국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이는 글로벌 전체 2300여개 헤지펀드가 같은 기간 0.9%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와 별도로 HSBC 홀딩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수익률 상위 20개 헤지펀드 가운데 3개 상품이 중국 헤지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팩트셋에 따르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 지수가 연초 이후 12.3%의 총수익률을 기록, 유레카헤지가 국제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MSCI AC 월드 IMI 인덱스의 수익률 0.6%를 크게 웃돌았다.
개별 상품의 성적표는 더욱 현란하다. 구글의 엔지니어로 활약하다 2017년부터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 업체 QQQ 캐피탈 펀드 매니지먼트를 운용하는 저우 왕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올들어 19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밝혔다.
자산 규모 2억달러인 QQQ는 중국 주식에 적극 베팅한 한편 미국 항공주에 숏 포지션을 취했고, 전략이 적중했다.
홍콩 소재 핀포인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대표 상품도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9.8%에 달하는 고수익률을 올렸다.
그린우드의 골든 차이나 펀드 역시 올들어 7월10일까지 19%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3월 중국 주식에 공격 베팅했던 전략이 비결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한 IT 종목과 온라인 교육, 소비재, 전자상거래 섹터를 특히 집중 매입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중화권 헤지펀드는 중국 역내에서 거래되는 종목뿐 아니라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ADR도 편입한다.
특히 역외 상품의 경우 홍콩과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해외 상장 종목을 집중 매입하고, 일부는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해외 종목을 편입해 달러화 기준으로 운용한다.
홍콩 소재 파운턴헤드 파트너스의 해리 팡 창업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였다"며 "중국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증시 널뛰기에 민첩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음력 설 연휴 기간 고향의 가족을 방문했다가 발이 묶이는 등 예기치 못했던 변수들이 곳곳에서 불거졌지만 과감한 투자가 중국 증시의 반등과 함께 결실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미국 증시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월 저점 이후 단기 급등이 지나치게 과열됐고, 장기화되는 팬데믹 충격과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뉴욕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