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뉴욕증시가 연초 이후 상승 반전한 가운데 미국 주식편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미국 경제의 더블딥 경고가 쏟아지자 연방준비제도(Fed)가 방출한 유동성에 기댄 주가 랠리가 힘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 은행권 예금액과 머니마켓펀드 자금은 총 20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에 무게를 둔 결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이 자산시장 향방을 쥔 열쇠라는 의견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24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3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주식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총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3월 저점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반등한 반면 바이러스 확산이 진화되지 않자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지난 3월 저점 이후 45% 급등했고, 아마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5의 랠리 속에 나스닥 지수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급반등했지만 39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재봉쇄 움직임이 나타나자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BNY 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리즈 영 시장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이 한계 수위에 이른 만큼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주 사이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142만건으로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고, 전날 의류 브랜드 앤 테일러의 모기업이 파산을 신청하는 등 기업 파산과 대규모 감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한 시장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추가 부양책을 신속하게 집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가 더블딥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월가 구루들의 주가 버블 경고는 펀더멘털이 기우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IT 섹터의 극심한 쏠림 현상도 증시 리스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아마존, 알파벳을 필두로 한 IT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3월 저점 이후 반등 과정에 10%포인트 급증, 37.5%에 달했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 비중인 32.5%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나스닥 100 지수는 버블 영역에 진입했다"며 "투기적인 매수 열기로 시장이 과열됐고,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잿빛 경기 전망과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으로 현금을 비축하는 움직임이다.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업 은행권의 예금액이 15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연초 이후 18% 급증한 수치다.
이와 별도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머니마켓펀드로도 뭉칫돈이 유입, 자산 규모가 4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팬데믹 사태 이전에 비해 1조달러 늘어난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20조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앞으로 자산시장의 향방을 쥐락펴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금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국채를 포함한 우량 채권의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