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아시아 문화허브' 자리지킨 홍콩 위상 변화 조짐
한국, 대안 가능성 있지만 글로벌 수준으로 먼저 높여야
[편집자]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홍콩에 거점을 둔 디지털뉴스 편집국 일부 인력을 내년 중 서울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NYT에 이어 CNN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언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다국적 금융기업들도 일부 '홍콩 엑소더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계 쪽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핌은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해왔던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와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이 '아시아 문화 허브'로 떠오를 수 있을 지 점검해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세금이 없는 자유무역 지대이자 서양과 동양을 잇는 관문으로 경제적·지리적 이점까지 모두 갖춰 글로벌 기업가와 미술 컬렉터들의 이목을 끌며 최적의 무역 거래소로 활약한 홍콩. 하지만 지난 1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아시아 문화 허브'였던 홍콩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은 약 20년 간 아시아의 금융허브이자 문화허브 역할을 해왔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동양의 미술시장 진출지로 선택한 곳도 홍콩이었고 2013년 문을 연 아트바젤 홍콩은 닷새 만에 미술품 판매액을 1조원을 기록하는 대규모 미술 시장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양권 갤러리가 홍콩에 안착돼 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18년 아트바젤 홍콩 2020.02.07 89hklee@newspim.com |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수석디렉터는 21일 뉴스핌에 "이번 국가보안법 통과가 홍콩 갤러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최근의 미-중 무역관계 변화는 업계 전반에 걸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며 "리만머핀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홍콩에 법인을 두고 있는 서울옥션 관계자도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국내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홍콩 사태로 추후 미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다. 유럽, 미국작가도 한국 전시 개최를 원하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홍콩을 대안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을 선택할 요소는 많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수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금 혜택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는 글로벌 경매사와 갤러리의 움직임이 포착되진 않는다. 또한, 중국권 손님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실상 홍콩을 두고 고심이 많을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올해 아트바젤 홍콩이 온라인에서 오픈했듯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오프라인 거래를 취소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새로 열고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s)'을 통해 미술품 거래를 진행했다. 개막 첫날부터 접속자가 몰려 25분 서버가 다운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어갔다. 지난 3월 18~25일 운영한 아트바젤 홍콩 뷰잉룸 방문객은 25만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열린 아트바젤 홍콩 방문객 8만명에 3배 넘는 수준이다.
2018 KIAF 전경 [사진=(사)한국화랑협회] |
크리스티 홍콩과 소더비 홍콩도 지난 7월 경매를 온라인으로 준비했다. 이에 크리스티 홍콩 관계자는 홍콩 보안법 통과가 미술 시장에 끼칠 영향은 희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7월 홍콩 경매의 우수한 성과를 통해 미술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건재하고 역동적이라는 것과, 홍콩이 글로벌 미술의 중심지임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뉴스핌에 전했다.
이어 "홍콩 보안법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줄지 추측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에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리스티는 미술 시장의 미래와 홍콩의 예술 커뮤니티를 위해 지속적으로 전념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이 보유한 VR 및 통신 기술로 해외 관람객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적 조건을 갖춘 한국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한 국가다. 정부는 올해 2022년까지 1200억원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 디지털 혁신을 비롯해 5G융합서비스, 5G 산업 생태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화랑과 경매사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VR 서비스와 경매로 전환해 기술적 시스템 구축은 충분한 상황이다.
'아시아 문화 기지'가 한국으로 옮겨온다고 해도, 해외 컬렉터와 소통하고 미술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등 시장을 유통·운영할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소용 없는 일이라는 우려도 있다. 복수의 미술 관계자들은 국내 미술시장 구조의 문제를 해결한 후 자체 시장의 수준을 키우고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서진수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미술 시장의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면서 "우리 미술시장과 작가의 실력이 더 커져야 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며 "한국적 시장, 한국적 사업 경향으로는 부족함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만만찮게 미술시장이 조건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떳떳하게 그림 사업하고 50억짜리 몇개나 팔겠나"라며 "한국에서 미술품이 1조원 거래됐다고 한다면 바로 세금을 더 매기자고 할 것이다. 예측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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