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 중 살아난 아이 숨지게 한 혐의
검찰 "처벌 피하기 위해 짜 맞춘 연속극"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불법 낙태 수술 중 살아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4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윤모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윤 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신생아 자료사진.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검찰은 "죽은 태아는 피고인의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하나의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자마자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어져 폐기 처분 되다시피 사망했다"며 "비록 강간을 당한 어린 산모와 모친의 부탁으로 이뤄졌다지만 의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사무장 병원과 관련된 것이지만 사회적 존경과 지위가 있는 전문가 의사에게 더 책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존경과 대우를 받고 그만큼의 보수와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태아가 태어났어도 건강 상태로 사산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며 "기타 자료도 이 사건 이후 처벌을 받게 되니 변경을 위해 짜 맞춘 연속극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검사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소중한 생명을 해친 점, 사건에 대해 은폐하고 거짓을 행한 점 등을 고려해 1심에서 주장한 대로 중형에 처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윤 씨 측 변호인은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촉탁낙태죄의 형벌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판례를 남겼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의 점에 대해서도 형법 251조에서 정한 영아살인죄가 적용돼야 하지 않나 싶다"며 "강간을 당한 미성년 딸을 위해 친모가 낙태를 의뢰했고 그 과정에서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중요한 양형 요소로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주수 30주 이상임에도 낙태를 부탁한 산모 측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이외에 전과가 전혀 없고, 65세의 고령인 점, 40년 가까이 의료 사고 없이 성실히 근무해온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의 관대한 판결을 선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최후진술에서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어린 산모의 장래를 생각해 부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순간의 판단 착오로 이 사건에 이르렀다"고 뉘우쳤다.
윤 씨는 "만약 산모가 20세 이상의 성인이었다면 낙태를 단호하게 거절했을 것이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앞으로 절대 낙태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결심에 앞서 태아 산모의 모친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산모의 모친은 "낙태 수술을 받기 전 산모나 태아에 대한 진료 차트나 소견서 등을 피고인 측 병원에 준 적이 없다"며 "피고로부터도 낙태 전 태아 상태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증언했다.
윤 씨 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당시 산모 측이 다른 병원에서 받았던 초음파 사진 등 진료 기록을 보면 태아의 건강 상태가 이미 좋지 않아 태어났어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살인죄에 대해 법률적 다툼을 이어왔다.
다만 산모 모친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딸의 건강과 장래를 위해 낙태를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흐느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소재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방식으로 34주 차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렸다'는 관계자 진술과 태어나기 전 찍은 초음파 사진 등을 토대로 윤 씨가 신생아를 숨지게 한 것으로 봤다.
이후 경찰은 같은 해 5월 윤 씨를 입건·수사해 구속한 뒤 10월 3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11월 윤 씨를 구속기소 했다.
1심은 "실제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남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양동이에 넣어 사망하게 해 범행의 비난 정도가 매우 높다"며 윤 씨에게 징역 3년 6월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윤 씨의 2심 선고기일은 8월 2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