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 중 살아난 아이 숨지게 한 혐의
법원 "모든 혐의 유죄...비난 정도 높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불법 낙태 수술 중 살아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1시 살인·업무상촉탁낙태·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윤모 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3년6월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신생아 자료사진.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재판부는 "피고인은 산모에게 특이한 소견이 없고 임신 34주에서 제왕절개를 할 경우 태아가 살 수 있음을 예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실제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남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양동이에 넣어 사망하게 해 범행의 비난 정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하다"며 "수사 과정에서부터 수술에 참여한 간호조무사나 직원을 접촉해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혐의를 자백하고 있고, 산모가 미성년인 점, 산모의 모친에게서 딸이 강간을 당해 임신했다며 낙태를 요구받고 범행에 이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고 언급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태어난 아기의 건강 상태가 곧 죽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살해한 정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를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의료법위반죄도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업무상촉탁낙태죄에 대해 비록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등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입법 시한이 도래하지 않았고 각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한 낙태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윤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생명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없는 경악할 행위를 저질렀다"며 "중한 죄명이 적용되고 구속돼 억울하다고 주장할 뿐 죄책감이나 뉘우침, 후회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씨 측은 피고인처럼 강간에 의한 임신이고 산모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상 업무상촉탁낙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살인죄 적용에 대해서도 울음을 터뜨린 태아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고 뚜껑을 덮는 등 방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기가 태어났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였다고도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소재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방식으로 34주 차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렸다'는 관계자 진술과 태어나기 전 찍은 초음파 사진 등을 토대로 윤 씨가 신생아를 숨지게 한 것으로 봤다.
이후 경찰은 같은 해 5월 윤 씨를 입건·수사해 구속한 뒤 10월 3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11월 19일 윤 씨를 구속기소 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