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롯데프레시로 간판갈이...신선제품 강화로 재도약 꾀해
배송서비스도 개편 추진..."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적자 탈출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는 롯데그룹의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슈퍼가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점포 구조조정부터 간판갈이까지 잇달아 사업 체질 개선을 시도하며 실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적자 탈출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특수를 맞으면서 적자를 탈출할 기회가 찾아왔다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재난지원금 사용처 배제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실적 전망은 다시 부정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수익 개선' 전략이 롯데슈퍼가 적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롯데슈퍼가 롯데프레시로 간판을 교체했다. [사진=롯데프레시 홈페이지 캡처] 2020.07.10 nrd8120@newspim.com |
◆롯데슈퍼, 롯데프레시로 간판갈이...신선제품 강화로 재도약 꾀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Lotte super)는 최근 1호점 문을 연 지 19년 만에 '롯데프레시'(Lotte fresh)로 간판을 교체했다.
간판교체를 위해 롯데쇼핑은 지난 4월 29일 롯데프레시의 프랜차이즈 사업자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다. 새로운 가맹사업을 하기보다는 간판 교체를 위한 절차다. 현재는 온라인몰과 모바일 애플리에케이션(앱) 공식 명칭도 이미 롯데프레시를 적용한 상태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일괄 적용보다는 순차적으로 작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10여곳이 '간판갈이'를 마쳤다.
롯데프레시로 상호명을 바꾼 것은 신선식품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앞으로 롯데프레시는 신선식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반찬류, 가정간편식(HMR)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프레시라는 단어의 이미지를 활용해 직관적으로 신선한 식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며 "추후 리뉴얼 점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송서비스 체계도 손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1분기 롯데슈퍼는 근거리 쇼핑 채널으로 특수를 누렸다. 매출은 3.6% 증가한 491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63억원으로 적자 폭이 112억원 축소됐다.
일단 롯데슈퍼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거점 물류센터를 줄였다. 전국적으로 18개 매장을 운영했던 롯데프레시센터는 현재 12개점만 남겨 놓고 올해 6개점은 정리했다. 빠른 배송을 지향하며 당초 23개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센터 축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롯데프레시센터는 온라인 배송센터로, 주문 후 3시간 안에 배송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6~7시간 내 배달하는 새벽배송에 맞서기 위한 '반격 카드'였다.
대신 점포 물류망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롯데슈퍼 매장에는 상품 분류와 포장을 하는 별도의 물류센터가 구비돼 있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상품을 담아 포장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많은 투자금 등 비용이 들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롯데슈퍼는 롯데마트와 새벽배송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벽배송 서비스 확대에 제약을 받자 롯데슈퍼 물류망을 활용해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슈퍼 롯데프레시센터[사진=롯데쇼핑] |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각각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김포온라인전용센터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수퍼는 2018년부터 롯데프레시를 통해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야간배송으로 서비스 확대에 나선 상태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에 들어가야만 한다. 이 때는 매장을 기반으로 한 배송서비스 운영도 완전 멈춰서야 하기 때문. 물류센터는 영업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새벽배송을 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롯데슈퍼가 갖고 있는 롯데프레시센터의 물류망을 활용하면 단 시간에 새벽배송서비스 영토을 넓히는데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점포 구조조정도 '속도'...사업 체질 개선으로 적자 탈출할까?
롯데슈퍼는 2018년 424개 점포에서 올해 상반기 394개점으로 줄었다. 지난 2년 6개월 사이 30개점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 미아 천안두정점·일산 주엽점·광주 진월점 등 20여개 점포를 폐점했다. 서울부터 광주까지 이는 롯데쇼핑이 올 초 채산성이 낮은 200개 매장을 정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0 운영 전략'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롯데슈퍼는 올 하반기 중 58개점을 추가로 문을 닫고 연내 75개점을 폐점한다는 목표다. 롯데마트(16개점)와 비교해도 폐점 점포 숫자는 월등히 많다.
롯데슈퍼가 사업재편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부진한 실적 영향이 크다. 롯데슈퍼은 최근 3년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2017년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에는 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038억원의 손실을 봤다. 3년 새 적자 규모는 무려 34.6배나 늘었다.
롯데슈퍼 실적 추이. [자료=롯데쇼핑 IR자료] 2020.07.10 nrd8120@newspim.com |
이는 창고형 할인점의 시장이 위축된 점도 한 몫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슈퍼마켓 및 잡화점 시장은 지난 2018년 46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44조2000억원으로 4.9% 감소했다.
다만 롯데슈퍼의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고 동행세일 기간 중 두 차례 의무휴업을 실시한 것이 타격을 줬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슈퍼의 2분기 재난지원금의 부정적 영향이 컸다. 매출은 연간 -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영업손실도 90억원 정도로 1분기보다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250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탈출에는 실패할 것으로 하나금융투자는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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