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이에 따른 미중 마찰 속에 홍콩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체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비즈니스와 경영에 제동이 걸릴 위기라는 얘기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홍콩 오피스를 폐쇄하는 등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맞물려 홍콩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홍콩에서 국가안보처 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한 언론인이 사무소 주위에 설치된 장애물 너머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일(현지시각)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해외 기업들이 중국의 보안법 강행으로 인해 홍콩과 중국 비즈니스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장기간에 걸쳐 영국과 흡사한 제도와 법망이 지배했던 홍콩에 보안법의 등장은 그 자체로도 커다란 리스크에 해당하지만 법안의 모호한 규정과 문구가 앞으로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이 기업 경영자들의 주장이다.
기업인들은 보안법에서 비롯되는 충격을 정확히 판단하기 이르지만 각종 비즈니스와 금융 및 물적 거래가 제한되거나 차질이 빚어질 여지가 높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측의 압박과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 홍콩의 해외 기업들이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이번에 불거진 정치적 리스크가 홍콩에 거점을 둔 중국 비즈니스에 대해 재고하도록 하는 경종이라는 입장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퇴출 위기를 맞은 틱톡이 홍콩에서 발을 뺴기로 한 데 이어 이와 흡사한 움직임이 꼬리를 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 로펌 윌머헤일의 베이징 사무소 레스터 로스 파트너는 SCMP와 인터뷰에서 "법안의 문구들이 광범위하게 해석, 적용될 여지가 높디"며 "기업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거나 비즈니스가 제한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보고서부터 금융 거래까지 향후 발생 가능한 복병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을 포함한 홍콩의 외국 기업들이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대응 모색에 분주한 움직임이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줌 비디오까지 홍콩에 사용자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검열에 대한 기업들의 경계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당수의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홍콩의 비즈니스가 경찰이 정기적으로 비즈니스에 관여하는 베이징이나 광저우 등 중국 도시와 흡사한 형태로 변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 소재 미 상공회의소는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기 이전부터 정치적 움직임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한편 부동산 중개업체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의 홍콩 오피스 빌딩 이탈이 지난 2분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오피스 철수는 94만9000평방피트에 달했다. 특히 지난 4~6월 사이 홍콩의 오피스 철수 가운데 해외 기업이 비중이 61%로, 전분기 47%에서 급상승했다.
해외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홍콩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5년래 최고치로 뛰었고,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