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미관계, 세계경제, 디폴트 '국제 변수'
고용 목표 달성 위한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 2%
생산자 물가 역성장 지속, 디플레 경고음 확대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올해 상반기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악재는 전세계 경제와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으나, 중국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및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속에 내수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대체적으로 양호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의견이다.
중국의 반관반민(半官半民) 싱크탱크인 판구즈쿠(盤古智庫·Pangoal), 중신건투증권(中信建投證券), 중금증권(中金證券∙CICC증권) 등 중국 전문 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6%대로 회복되고, 이를 통해 올 한해 경제성장률은 2~3%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하반기 소매, 투자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상반기에 비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전세계 경제 회복이 둔화되면서 수출입은 여전히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생산자 물가의 마이너스 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하반기 중국 당국의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으나, 추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완화 수위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7.06 pxx17@newspim.com |
◆ '3저2고' 추이 속 미중 관계 등 '국제적 변수' 영향 주목
올해 하반기 전세계 경제에서는 장기간 '3저(低)2고(高)'의 특징이 나타날 전망이다. '3저2고'에서 3저란 저성장, 저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저금리를, 2고란 높은 채무와 리스크를 의미한다.
중신건투증권은 전 세계 경제가 이 같은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국제적 변수로 △코로나19 장기화 △미중 관계 △세계 경제 회복세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의 네 가지를 꼽았다.
그 중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완전한 붕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국이 보유한 핵심 기술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조되는 양국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리스크로 인한 관계 단절 가능성을 염두해둔 분석으로 풀이된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확대는 연말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양국의 합작을 이끌어내야 할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무역, 금융, 과학기술, 산업, 안보 등 경제·외교적으로 마찰이 여전하지만, 양국 관계가 극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디폴트 사태가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통제불능의 리스크)에서 회색코뿔소(예측 가능한 통제불능의 리스크)로 변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고서는 신흥경제 국가의 디폴트 리스크가 매우 크며,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레바논과 아르헨티나 외에 브라질, 남아프리카, 파키스탄, 스리랑카, 우루과이 등도 큰 디폴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올해 디폴트 국가가 역대 최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7.06 pxx17@newspim.com |
◆ 하반기 6%대 성장...수출입 역성장, 디플레 경고음 고조
해외 국가들의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수출입이나 생산 회복을 통한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 방향은 소비와 투자 촉진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특히, '확장적 재정 정책' 및 '완화적 통화 정책'은 소비와 투자 촉진을 유도해 실물 경제 회복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국 당국은 하반기에도 해당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적 재정 정책이란 경기가 침체됐을 때 세금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을 꾀하는 정책이다. 실제로 상반기 중국 당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5월부터 현재까지 중간재 재고 소진, 원자재 가격 상승, 공정기계 판매율 회복 등의 경제 회복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완화적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문기관의 의견이 엇갈린다. 중금증권과 중신건투증권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을 지탱할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겠으나, 상반기보다는 완화 강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신건투증권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 추가 금리 인하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판구즈쿠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하반기 두 차례의 전면적 또는 맞춤형 지준율 인하, 또는 중소기업을 위한 추가적 재대출 및 재할인 정책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대출은 중앙은행이 시중 상업 은행을 통해 저리로 정책 지원 대상에 자금을 대출하는 제도다. 재할인은 인민은행이 지원 대상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 또한 전년대비(4.15%) 60bp(bp=0.01%포인트) 정도 낮춘 3.55% 수준까지 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수의 전문기관 의견을 종합한 결과, 올해 하반기 중국 경제는 경제의 주기 변동성이 커지고 실업률이 늘어나며, 수출입 역성장이 이어지고, 디플레이션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신건투증권 등 대다수 중국 현지 전문기관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중신건투증권은 올 한 해 성장률이 2% 정도는 돼야 중국 당국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시한 도시 지역 신규 일자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안정은 기본 민생 보장과 함께 중국 당국이 설정한 올해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만큼, 신규 일자리 창출은 하반기 경제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지표로 풀이될 수 있다.
판구즈쿠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6.8%를 기록한 GDP 성장률이 2분기에는 3.6%, 3분기에는 6.2%, 4분기에는 6.6%로 개선되고 올 한해 전체 GDP 성장률은 2.8%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금증권 또한 올 한해 GDP 성장률은 2.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측면에서 중신건투증권은 연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제조업을 비롯한 생산 부문의 활력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 하락폭은 하반기 축소될 수는 있겠으나, 플러스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지표로서, 통상 PPI가 장기간 마이너스권에서 머무르는 것은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 디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판구즈쿠도 PPI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권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4분기 PPI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2~3분기는 전망치)은 각각 -0.6%, -3.4%, -3.0%, -1.8%를 기록하고, 올해 전체 PPI 증가율은 -2.1%에 그쳐 플러스로의 전환은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중금증권 또한 올해 전체 PPI 증가율은 -1.3%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단, 하반기 CPI와 PPI의 '협상가격차'는 상반기에 비해서는 축소될 전망이다. 협상가격차란 독점 가격과 비독점 가격의 지수를 도표로 나타내었을 때 가위를 벌린 모양으로 나타나는 가격의 차이를 의미한다. 흔히 농산물 가격과 공산물 가격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해외 국가들의 경제회복이 더뎌지면서 수출입 지표 또한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판구즈쿠는 올해 수입과 수출 증가율이 각각 -6.2%와 -5.1%를 기록할 것으로, 중금증권은 -7.4%와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매판매 부문에서는 전문기관의 의견이 엇갈린다. 판구즈쿠는 올해 한 해 동안 소매판매 증가율이 1분기 -19%에서 2~4분기 -2.0%, 9.5%, 11.0%를 기록해 올 한 해 동안 0.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중금증권은 -1.0%까지 회복되는데 그쳐,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