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김종빈 검찰총장, 천정배 장관 지휘 수용하며 사퇴
추 '강공'에 일단 물러선 윤석열…전국 검사장 회의에 주목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추미애(62·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15년 전 천정배(66·8기) 전 법무부 장관이 내렸던 수사지휘와 당시 검찰총장의 대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 장관은 2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를 중단할 것을 지휘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말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강정구(75)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 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에 '한국전쟁은 내전이며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을 기고하는 등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법무부에 보고했다.
당시에도 천 장관은 검찰 수사 방향에 제동을 걸었다. 천 장관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구속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 경우와 다르게 당시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김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천 장관의 지시에 대해 '정치적 외압에 의한 수사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막을 수 없다면 사퇴를 해서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당시 김종빈(73·5기) 검찰총장은 큰 틀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수용했다. 다만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지휘권 발동 이틀 만에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김 총장은 "역대 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며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사태는 양상이 다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발동 이전 이미 검찰은 내부적으로 갈등의 조짐을 보였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대검찰청 지휘 등을 두고 윤 총장과 이성윤(58·23기)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또 천 장관의 경우 구속·불구속 여부에 관한 지휘권 발동이었던 반면 이번 추 장관의 지휘는 전체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관여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검찰청법상 보장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에 대해 추 장관의 지휘가 적절한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다만 윤 총장도 추 장관의 강공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 권고에 이어 추 장관이 수사지휘 공문을 보내자 대검찰청은 이날 예정됐던 수사자문단 소집을 하지 않기로 공지했다.
윤 총장의 거취 문제 역시 불투명하다. 2005년 당시 김 총장은 대검 간부회의만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는 당시보다 규모가 크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윤 총장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전국 6곳의 고검장과 18개 지방청장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윤 총장에게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검은 사건의 중요도를 감안해 참석 대상과 회의 시작 시간, 장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