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나스닥 상장 1년만에 시장 퇴출
자본시장과 달리 실물 매장 영업은 평온
주식 29일 후 장외사장 휴지조각 신세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상장 폐지와 무슨 상관있나.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28일 오후 2시30분 무렵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 소호(SOHO) 빌딩내 루이싱 커피(瑞幸, Luckincoffee) 매장 직원은 하루 뒤인 29일 회사가 나스닥 상장에서 퇴출되는데 영향이 없냐고 묻자 출근과 영업 모두 이전과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인 26일 저녁 루이싱 커피는 나스닥 거래소 측에 상장폐지(상폐) 항변을 위한 공청회 신청을 철회한다고 통보했고 이에따라 29일 거래 정지및 상장 폐지가 확정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28일은 일요일이지만 3일간의 단오절 연휴(25일~27일)에 따른 대체 근무로 정상 출근을 하는 날이다. 점심 식사가 끝난지 한참 지난 오후 근무 시간인데도 루이싱 커피 매장은 문턱이 닳을 정도로 손님이 붐빈다.
루이싱 매장 치고는 제법 큰 왕징 소호(SOHO) 제2 매장에는 이 시각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달랑 두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직원은 바삐 자기 일을 보면서 기자의 앱 설치를 돕고, '상장 폐지 질문'에 답하느라 경황이 없다. 직원은 '앱(APP) 없이 주문하는 손님은 선생이 처음'이라고 쏘아붙이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매장 고객은 몇 안되고 앱으로 사전에 주문한 뒤 테이크 아웃해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루이싱은 나스닥 종목 거래 중지 소식(상폐 절차 개시)을 발표하면서 4월 2일 재무 조작 사건 발생 후 전국 4000개 점은 종전대로 운영이 되고 있고, 직원 약 3만 명도 정상 근무중이라고 밝혔다. 루이싱의 발표대로 28일 왕징 소호 매장 뿐만 아니라 6월 11일 다녀온 펑타이(豊台)구 화샤싱푸(華廈幸福) 혁신 센터 매장, 6월 24일 찾은 산리툰 소호 점 등 기자가 최근 가 본 루이싱 매장 모두 분식회계 재무 조작 파문과는 상관없이 성업중이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 소호 루이싱(瑞幸) 커피 매장 직원이 회사의 나스닥 상장 폐지를 하루 앞둔 28일 손님들이 앱으로 주문한 뒤 가져갈 커피를 영수증과 함께 쭉 나열해 놓고 있다. 2020.06.28 chk@newspim.com |
28일 왕징 소호점 고객 3명에게 불어본 결과 두 명은 29일 상폐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세명 모두 상장폐지가 돼도 루이싱 매장 영업은 계속될 게 아니냐며 싸고 저렴하고 편리한 점때문에 루이싱 커피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루이싱 커피는 얼음 라테 기준으로 13.75위안이다. 같은 제품 기준 거의 30위안 하는 스타벅스에 비해 가격이 크게 저렴하고 맛도 큰 차이가 없다. 충성 고객이 많은 이유중 하나다.
하지만 자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런 실물 매장 영업 상황과 180도로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6월 27일 공청회 신청 철회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폭락하면서 서킷 브레이커가 6차례나 발동됐다.
4월2일 처음 22억 위안(3800억원) 규모의 회계 조작 사건이 터진 뒤 장중 85% 폭락했던 주가는 루이싱이 스스로 상폐를 기정사실화한 뒤 1.38달러로 다시 54%나 급락했다. 52주 최고가 52.38달러에 비하면 이미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진배 없다. 시가총액은 한창 때 110억 달러에서 불과 3억 47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6월 29일 이후 루이싱의 주식은 천덕꾸러기가 돼 '핑크시프트'로 장외 시장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거래도 거의 되지않는 전형적인 '쓰레기 주식' 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루이싱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수 없게 됐고, 배상을 위해 기약없는 시간을 보내야할 처지에 몰렸다.
중국 루스(如是)금융 연구원 주전신(朱振鑫) 집행원장은 상장폐지가 공식화되기 전인 6월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루이싱의 상폐는 기정사실로 보인다"며 "향후 융자난이 가중되면서 매장에 대한 M&A가 일어나고 회사 주인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광다(廣大)은행 애널리스트는 루이싱 커피가 26일 공청회 철회(상폐 공식화) 사실을 밝힌 뒤 중국매체 증권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폐후 회사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융자난이 가중되면서 자금 압박이 심해지는게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경영 상황이 중요하다며 현금 흐름이 괜찮으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만약 루이싱이 상장폐지 후에라도 전략적 투자자를 영입할 수 있고, 또 부분적인 자산 사유화 진행에 성과를 거두고, 적정 영업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면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下에 계속>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나스닥 상장페지를 하루 앞둔 28일 루이싱 커피의 베이징 왕징 소호 1호점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06.28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