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롯데택배 일부 대리점 횡포에 상경 투쟁
본사 직고용·수수료 인상 등 해결책은 '묘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코로나19 사태 초기 안정적인 생필품 보급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영웅'으로 불렸던 택배기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부당해고와 배송 수수료 횡령·삭감 등 일부 택배사 대리점에서 발생하는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택배업계 수익성 개선이 묘연한 가운데 고착화 돼 있는 대리점 운영방식을 개선하기 쉽지 않아 택배기사들의 고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들은 각각 부산과 울산에서 상경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부당해고와 비리대리점 퇴출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수수료 인하와 이에 따른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롯데택배 동남권물류센터의 모습. 롯데택배는 확진자 발생에 따라 근무자 159명이 전원 자가격리에 들어 갔으며 물류센터는 방역 후 폐쇄조치했다. 2020.06.15 yooksa@newspim.com |
업계 안팎에서는 택배업계 구조적인 문제가 재발한 것으로 진단한다. 택배 시장 구조는 '본사(지점)→대리점→택배기사(노동자)'의 다단계 형태로, 택배기사들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한다.
전국 택배 대리점은 택배업체 본사와 최종 소비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본사에서 택배기사 몫의 택배비를 대리점에 넘겨주면, 대리점은 지역 상황에 맞게 택배기사들을 고용하고 운영비 명목의 '배송, 집하 수수료'를 제외하고 택배 기사에게 전달한다.
택배기사들은 일반 택배 배송 한 건당 700~900원을 받아가는 구조로, 배송한 만큼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도, 본사 소속 근로자도 아닌 특수 신분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같은 고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 책임소재 논란이 항상 따른다.
대리점은 지역 상황에 맞게 기사 고용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택배업체 본사는 대리점과 기사간 체결한 계약에 간섭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롯데택배 기사들은 롯데택배 물건을 나르지만 정작 롯데글로벌로지스 소속 직원이 아니다 보니 본사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은 근본적으로 본사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국민 모두가 코로나 공포로 외출조차 꺼려하던 그 때 우리는 고객의 물건을 들고 배달을 했다"며 "그 결과 롯데택배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4배 가량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심히 일한 택배노동자들에게 수수료를 삭감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냐"며 "택배노동자를 함부로 해고하고 택배노동자를 천대하는 택배회사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의 대리점 직영이나 택배기사 직고용 등이 거론되지만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 대형 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 형태로 운영되는 지금의 택배업계 관행은 우리나라에 택배가 도입된 후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고착돼 온 형태"라며 "업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단시간에 직영이나 기사들의 직고용은 현실적으로 힘든 문제다"고 전했다.
일부 대리점의 비정상적인 운영은 결국 수익성 문제와 직결된다. 택배업계 수익성은 배송료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시장이 제로섬게임에 돌입하며 이미 최소한의 마진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또 배송료가 인상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져 어느 곳에서 먼저 배송료를 내리거나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택배사들은 "본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해결해야될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어 택배기사들의 고통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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