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에 '새 인물' 요구 높아져…볼턴 회고록, 변수로 떠올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2일 안보실 소속 행정관급 이하 직원들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이례적인 외부 오찬 회동을 두고 정 실장을 포함한 외교·안보라인 개편 가능성과 정 실장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이번 오찬에서 오간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안보실이 업무 성격상 청와대 외부에서 대규모 회동을 갖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정 실장이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만든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자신의 거취가 주제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kilroy023@newspim.com |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안보실장 자리를 지켜온 정 실장의 교체설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왔다. 정 실장 본인도 같은 해 말부터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의 교체 가능성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더욱 불거졌다. 남북대화가 활발했던 2018년 이룩한 성과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군사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에서도 남북관계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새로운 원동력을 찾기 위한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은 김 장관이 혼자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통일부보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장관은 '하노이 노딜' 이후에 취임했던 인물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질 위치에 있다고 규정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서 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정 실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믿음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실장만큼 대통령의 외교철학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경험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유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정 실장은 전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직접 전면에 나섰다. 곧 교체될 인사의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이번 오찬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한 설명을 하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북미 대화를 견인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기본 입장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개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회고록 내용 중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왜곡인지 밝힐 순 없으나 우리 정부가 척박한 환경에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볼턴 전 보좌관이 증명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과 북한과의 관계는 그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특사 파견을 간청했으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부했다고 지난 15일 공개했다. 이들에게 불만이 있어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다만 이들을 교체할 경우 한국이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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