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눈덩이 부채를 둘러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경제 활동이 회복되기 전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가 실물경기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성장률을 부양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높여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국채시장의 트레이더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을 시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1일(현지시각) 연준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가계의 자산이 5.6% 감소한 110조8000억달러로 파악됐다. 팬데믹에 따른 고용 한파와 자산시장 급락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권을 제외한 부채는 55조9000억달러로 11.7% 급증했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해 정부 부채가 급증했고, 기업이 진 빚도 크게 늘어났다.
기업 부문의 부채가 1분기 18.8% 뛰었고, 가계 부채가 3.9% 증가했다. 연방 정부의 부채 역시 같은 기간 14.3% 급증했다.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기업 부채 증가 폭은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는 미국 가계의 17%가 최근 한 달 사이 월세를 내지 못했고, 31%는 앞으로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주택을 소유한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가 최근 1개월 사이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16%는 다음달 모기지 상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이어 가계 현금 지급과 중소기업 지원 등 추가 부양책에 나설 입장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국 정부가 팬데믹 충격을 진화하기 위해 10조달러의 자금을 방출했지만 실물경기를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고,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회복의 뒷받침 없이 부채가 급증할 경우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연준의 수익률곡선관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삭소은행의 피터 간리 주식 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직후와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과 함께 장기물 국채 수익률에 소위 캡을 설정해 일드커브를 통제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 삭스가 조만간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이 동원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도쿄 소재 니코 애셋 매니지먼트의 존 베일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1% 또는 그 이하로 유지하는 형태로 소위 일드 캡을 시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는 국채 선물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가능성에 다시 적극 베팅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몇 달 사이 2~10년물 미 국채를 사들이는 등 월가는 금리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