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시장 공략으로 LED조명 매출 안정 궤도
삼성전자 지원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생산성·품질개선'효과
[대전 = 뉴스핌] 박영암 기자 = "이제 현실을 인정하자. 더 이상 울면 패배자가 된다."
황순화 레딕스 대표는 한 달가량 입원 끝에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환 위기로 남편 공장이 넘어가자 생계를 위해 취업했던 공장에서 왼쪽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사모님 소릴 듣던 남편 공장에서다. 그런 만큼 사고 후 장애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왼쪽 손을 붕대로 칭칭 둘러매고 공장으로 돌아왔다. 성치 않은 손으로 1년 정도 근무했다. 그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황 대표의 인생을 또 한 번 바꾼다. 남편의 앵글선반 공장을 인수했던 지인이 이를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황 대표에게도 인수를 타진했다.
◆ "남편 부도로 공장 취업...산업재해 불구 4년 만에 공장 재인수"
고심 끝에 자금을 변통해서 남편 친구 부인과 같이 인수했다.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2년 후 공장에서 손을 떼겠다는 동업자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남편 부도 후 프레스 사고 등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홀로 회사를 책임지게 됐다. 2002년 5월경이다.
황 대표가 경영했던 앵글선반 업체는 전형적인 지방 소기업이었다. 황 대표가 직접 물량을 받아오고 납품일자를 맞추고 직원 월급까지 주는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했다. 5년가량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니던 황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LED조명 사업에 뛰어든다.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친오빠로부터 LED조명 사업 참여를 권유받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으로 친환경·절전형 LED조명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ED조명에 대해 문외한이라 처음에는 꺼렸다. 하지만 앵글선반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어 고심 끝에 참여를 결정했다.
황 대표는 2008년 1월 이디엠아이를 새로 설립했다. 물론 기존 앵글선반 사업도 병행했다. LED조명에서 당장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어 앵글선반으로 회사를 꾸려갔다. LED 분야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은 2010년. 대전 소재 한밭대학교의 산학협동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3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사업계획서를 수십 번 수정하고 전문가들 앞에서 황 대표가 직접 사업계획안을 발표한 성과였다. 이에 힘입어 공공조달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정부 공사 수주에 필요한 인프라도 하나둘씩 갖춰 나갔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LED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간호사 출신인 황 대표에게 생소한 LED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정부 사업 심사위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한밭대 산업공학과에 학사로 편입했다. 이후 충남대에서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 레딕스로 사명 바꾸고 LED 사업에 승부수…'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생산성 향상
황 대표는 2014년 11월 사명을 레딕스(LED In Excellence)로 변경한다. 사명에서 나타나듯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LED 전문업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황 대표의 의지를 담았다. 사명 변경과 함께 선반앵글 사업을 접고 전기공사업에 새로 진출한다. 가로등이나 발전소 실내등을 LED로 설치하는 데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 23억7000만원 중 LED와 전기설비공사 비중은 7 대 3 정도.
레딕스 제품은 공공조달시장에서 경쟁력을 자랑한다. 가로등과 발전소 실내등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발전소는 작업 특성상 조도가 높은 레딕스 제품을 선호한다. 중국산은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낮아 국내 발전소 점유율은 미미하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국내처럼 발전소용 등으로 수요가 많다. 포스코에너지가 지은 인도네시아 부생가스발전소에 10만달러 규모의 실내 LED등을 납품했다. 몇 군데 발전소에서 테스트 중이라 추가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레딕스는 지난해 스마트공장으로 변신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보급 중인 스마트공장 구축 업체로 선정된 것. 삼성전자 20년 베테랑 엔지니어 3명이 5주 이상 공장에 상주하면서 물류창고 관리 시스템은 물론 생산라인을 바꿨다.
황 대표를 제외한 14명의 직원은 스마트공장 변신 후 새로운 공정에 적응 못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직원들과 부품 입출고 움직임을 반영해서 정말 일하기 편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황 대표는 2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해 보니 "이제는 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한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녹색표시 비상등을 대체할 'LED안전유도등'을 개발 중이다. LED조명등 매출의존도를 낮추는 사업다각화 측면도 있지만 청년 및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LED안전유도등은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을 잘 살릴 수 있고 시장성도 좋다"며 "성공해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제공하고 싶다"며 신제품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pya84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