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여성리더] 소모성 파우치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아
아마존 입점 등 고급화 전략 주효..."코로나19 충격 1년 버틸 것"
[서울 = 뉴스핌] 박영암 기자 = "여행 전날 짐을 싸면서 느끼는 설렘과 행복감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파우치 브랜드이자 회사명인 '백스인백'의 서현숙 대표가 들려주는 회사 설립 동기다. 서 대표는 3년 전 ㈜인현에서 '백스인백' 브랜드 인수를 제의받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제법 잘나가는 중소벤처기업 대상 컨설팅 회사를 10년 넘게 경영하고 있던 터라 브랜드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사업은 생각도 못했다.
기존 컨설팅 회사는 직원들에게 넘겼다. 10년 넘게 경영해 온 회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인수했으니 "이왕이면 잘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심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여행 전날 파우치에 짐을 쌀 때 느끼는 설렘과 즐거움을 보다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보람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지만 여행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점에 마음이 동했다. 특히 백스인백이 소모품 성격이 강한 파우치 시장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은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서 대표는 '백스인백'을 인수하면서 같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2008년 출시된 백스인백을 한국의 대표 파우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시였다.
"고급 트렁크에 어울리는 고급 파우치 브랜드로"
브랜드 인수 직후 백스인백의 고급화에 착수했다. 여행할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파우치 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존한 백스인백이야말로 명품 트렁크에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호소했다.
국내외 '짝퉁'들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는 데도 공을 들였다. 1년에 한번 정도 사후서비스(A/S) 의뢰가 올 정도로 품질은 인정받고 있지만, 그만큼 모방 제품들도 범람했다. 특히 중국산 모방 제품은 10분의 1 가격에 유사한 제품명으로 질서를 어지럽혀 고급 브랜드를 추구하는 회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서울=뉴스핌] 서현숙 백스인백 대표은 명품 파우치로 여행의 설렘을 담겠다고 밝혔다. 2020.04.29 mironj19@newspim.com |
중국산 '짝퉁'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대응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침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아내고 있다. 여기다 고급 원단 사용은 물론 재봉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백스인백 인수 후 3년 만에 디자인 특허를 2개나 추가했다. 해외상표권 등록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백화점 입점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중동점을 시작으로 3월 27일 영등포점에 입점했다. 연말까지 3곳을 더 추가로 낼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입점 당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겨우 50개 팔렸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매월 1000개 이상 꾸준히 나가고 있다.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두바이에 '백스인백' 자체 브랜드로 진출했다. 캐나다도 현지 교민을 통해 판매 중이다. 하지만 가장 큰 판매 채널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아마존에 입점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품질 고급화로 아마존 입점...美 시장 반응 좋아"
서 대표는 "고급 원단에다 기능이 다른 서너 개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는 등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 주니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파우치뿐만 아니라 기능성 가
방 등도 아마존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만에 미국, 캐나다, 중동까지 진출했지만 백스인백도 최근 코로나19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면 파우치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객 급감으로 파우치 수요도 덩달아 줄어든 것.
서 대표는 "적어도 1년은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업력도 짧고 부동산 등 담보도 없어 정책자금 이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버텨야 한다"고 결의를 다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 여행 선물을 담는 다기능 가방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다. 코로나19 빙하기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서 대표는 백스인백을 파우치 시장의 독보적 브랜드로 키운 다음 이익공유형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인이 100% 지분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이익의 60%를 직원, 지역사회 등과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사와 컨설팅 회사 대표로 각각 10년간 근무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백스인백'을 장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게 서 대표의 결론이다.
pya84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