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여성리더] 품질관리로 해외 PDO 봉합사 시장에서 호평
50대 후반에 관동대 박사과정 진학...."연구로 차별화"
[서울 = 뉴스핌] 박영암 기자 = 처진 주름을 끌어올리는 리프팅 시술용 폴리디옥사논(PDO) 봉합사를 생산하는 현대메디텍 송미희 대표. 송 대표는 지난 1월 설 연휴를 두바이에서 보냈다. 가족들과 설을 쇠는 대신 올해 PDO 봉합사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두바이 국제의료박람회(Arab Health 2020)를 찾았다.
사실 송 대표는 명절을 해외에서 보내는 데 익숙하다. 1996년 34세에 의료기기 수입업체를 창업한 이후 해외 의료기기 박람회나 피부미용 관련 학회 세미나 등은 매년 빠짐 없이 참가한다. 1년에 대충 잡아도 20회가 넘는다. 부스 설치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해외에서 보고 들은 정보로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대응할 수 있어 해외 출장은 그에게 반드시 챙겨야 할 업무다.
송 대표가 부지런히 해외로 발품을 판 결과 중소기업이지만 현대메디텍은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0년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또한 2017년에는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현대메디텍이 해외에 수출하는 주력제품은 PDO 봉합사. 노화방지 리프팅 시술에 사용되는 피부에 녹는 실이다. PDO 봉합사는 현대메디텍의 지난해 매출 43억원 중 70%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송미희 현대메디텍 대표.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
송 대표는 "주력제품인 PDO 봉합사를 해외에서 꾸준히 찾는다"며 "경영에 적잖은 부담이지만 시장 확장과 유지를 위해 경쟁사들보다 품질관리에 더 투자한 결과"라고 인기 비결을 들려준다.
실제 현대메디텍은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유럽 의료기기 인증(CE)을 받았다. 또 브라질 식품의료기기화장품 인증(ANVISA)과 콜롬비아 국립식품의약품감시원 인증(INVIMA)을 획득하면서 이들 국가에 진출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인증을 신청한 상태다. 또한 파트너사를 통해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 인증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인증을 받을 경우 현대메디텍의 PDO 봉합사 수출은 비약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된다.
품질관리에 대한 열정은 박사과정 진학으로 이어졌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관동대에서 의료공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PDO 봉합사를 정확히 이해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늦깎이 연구원 생활도 마다않고 있다.
◆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에 경영부담 커져"
PDO 봉합사에 주력하던 송 대표는 2017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 노화방지 의료기기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으로 노화방지 화장품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 자본금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 또 2018년 1월 강원도 원주시 테크노밸리에 연면적 3500㎡ 규모의 공장 겸 사옥을 지었다. 신사옥에는 PDO 봉합사 생산시설과 화장품 R&D시설을 설치했다.
송 대표는 "화장품 사업의 조기 안정을 위해서는 PDO 봉합사 해외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반응이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메디텍은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주문자생산방식(OEM) 등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으면서 현대메티텍을 성실히 키워 온 송 대표이지만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시행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는 늘었지만 해외 수입제품 때문에 가격을 쉽게 인상하기 힘들다"면서 "정부가 중소업체들의 이 같은 상황을 좀 더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한다. 실제 주력제품인 PDO 봉합사 시장에 중국산과 베트남산이 밀려 들어와 인건비 인상만큼 판매가격을 올리기 힘들다.
또한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책들도 막상 신청하려면 제약이 너무 많다며 현실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구 조건이 너무 많아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를 충족해서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그는 "필요할 때 떳떳하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당하게 사업해 왔기에 개의치 않는다"며 "정책당국자의 선한 의지가 현장에 잘 반영될 수 있게 규제 완화 등이 실질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알짜기업으로 소문나면서 현대메디텍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산업은행 등에서 잇단 지분투자를 제의받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투자 유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직원들과 성장 과실을 공유할 것"이라면서도 "증시 상장보다는 정년까지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평생직장을 만들어주는 게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책무"라고 강조한다.
pya84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