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외환시장의 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엔화와 달러화의 동시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환율이 약 2개월 만에 달러당 109엔대로 상승하며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멈춰 섰던 경제가 다시 재개되고 각국이 내놓은 경제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저금리의 엔화를 팔고 신흥국 등 고금리 통화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후반까지 엔화는 달러당 107엔대가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월 들어 엔화 약세·달러화 강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보이고 투자자들의 리스크 허용도가 회복되면서 저금리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엔화 매도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엔화 약세·달러화 강세'라기보다 엔과 달러를 팔고 신흥국과 자원국 통화를 매수하는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고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4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를 6000억유로 늘린 1조3500억유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000억유로 확대를 넘어선 것이다.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완화는 통상 유로화 약세를 초래하지만, 이날은 유로화보다도 엔화와 달러화에 매도세가 유입됐다. 외환시장에서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1~2주간 엔화와 달러화의 매도세가 가속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멕시코 페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다. 달러화 대비 페소화와 랜드화 가치는 5월 이후 10% 이상이나 상승했다. 호주달러화도 6월 들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달러당 21페소 부근에서 추이하고 있고, 랜드화는 달러당 16랜드 선까지 오르며 약 3개월 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에 있어 통화 가치 상승은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나라는 물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정부나 기업이 떠안고 있는 달러화 표시 채무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무는 3조7800억달러(약 4600조원)에 이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급락했던 3월에는 신흥국의 경제 기반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커진 바 있다.
하지만 신흥국 통화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코로나19는 브라질 등 중남미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재정출동 여지가 제한적이다.
현재 신흥국 통화 강세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세계적 주가 오름세가 뒷받침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확대되면 이내 약세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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