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 매각해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
정한근 "1심 판결 법리오해…양형 무거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이른바 '한보사태' 이후 해외로 도피했던 정한근(55) 씨가 2심 첫 재판에서 "국외재산도피죄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정종관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2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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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 측은 △재산국외도피죄 유죄판결에 대한 법리오해 △추징금 선고에 대한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크게 3가지 이유로 항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선 변호인은 "재산 국외 도피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법리오해에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 반출 자금으로 매입된 주식을 매각한 대금은 국내 반입 의무가 있는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며 "우리 사건이 (판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680만 달러 중 2100만 달러는 국내로 반입이 됐고, 피해회사 대주주에 대한 채권자인 국가에 의해 추징이 이뤄졌는데 어떻게 해외도피인지 의문이다"며 "원심은 은닉에만 주목해 해외도피에 관한 법리를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또 "2100만달러 자체는 처음부터 피고가 유산증자 자금으로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었다"며 "판단 대상 범위에 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추징금과 양형에 관해서도 "공범으로 추징된 금액도 다시 추징 선고할 수 있다는 부분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제반 사정을 비춰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은 자금 세탁을 주도적으로 했고 국외 재산 횡령 등 그 중대성에 비춰볼 때 원심판결은 가볍다"며 "1심 구형과 같이 선고돼야 한다"고 맞섰다. 검찰은 1심에서 정 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정 씨 측이 주식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압수한 PC를 환부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한 차례 더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EAGC)가 1996년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RP)로부터 주식 27.5%를 취득한 뒤 한보그룹이 부도가 난 이듬해 20%를 매각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정 씨가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라 소재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 직전 정 씨를 기소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오랜 추적 끝에 지난해 6월 파나마에서 정 씨를 검거해 도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씨가 나머지 7.1% 주식 398만주 상당도 매각해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
1심은 정 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 및 추징금 401억3193만8000원을 선고했다.
정 씨의 다음 재판은 7월 1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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