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2박 3일간 중국 방문…시안 반도체 공장 증설 점검
반도체 투자 의지 재확인…미·중 분쟁 속 사업 전략 고민 여전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박3일 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4개월 만의 해외 현장경영으로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업황 점검과 함께 공장 증설 현황을 몸소 살피하면서 반도체 투자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각인시켰다.
중국 측으로부터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 역시 이번 출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화웨이 제재 강화 등 다시금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삼성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안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일 삼성전자 및 중국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이번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흔들림 없는 반도체 투자 의지 확인…중국 측 지지 확보도
중국 측에선 이 부회장의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 국면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IT 매체 'CNMO 중국'은 이 부회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중국에 왔다고 전하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화웨이 간 거래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고 이는 삼성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포탈 텐센트 신문은 이 부회장의 이번 시안 공장 방문을 계기로 삼성의 시안 공장 증설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고, 펑파이 신문은 이 부회장이 4개월 만에 글로벌 경영활동을 재개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에 있어 시안 반도체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산시일보는 이날 이 부회장이 후허핑 산시성 서기와 류궈중 성장을 접견한 사실을 발빠르게 전하기도 했다.
그 외 수많은 중국 언론매체들이 이 부회장의 시안 현장경영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체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 총수의 첫 중국 방문이란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TSMC가 미국의 요구대로 화웨이에 대한 핵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삼성이 반사이익을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지난 17일 중국으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그 이튿날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 라인 증설 현장 등을 점검한 후 이날 귀국했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로, 총 150억 달러를 투입해 2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을 찾아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이후 100여일 만에 이뤄진 글로벌 경영 행보로,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반도체 투자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이 부회장은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국 측의 변함 없는 지지도 확인했다. 삼성의 시안 반도체 공장 증설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중국 출장길에 후허핑 산시성 서기와 류궈중 성장 등을 만나 서로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후 서기는 이 자리에서 삼성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물자를 지원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대해 전력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후 서기는 삼성의 시안반도체 공장 증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플래시메모리, PLD, 동력전지, 바이오의약 등의 영역에서 상호 간에 적극적인 협조를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 미·중 갈등 변수 여전…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여부 관심
중국에서의 의미 있는 현장경영을 마치고 돌아온 이 부회장.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 전략 구상이 만만치 않게 됐다.
특히 '반도체 자급'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대만 TSMC가 미국에 12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삼성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기업의 기술을 사용한 제3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2019년 제재 당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었던 것을 '미국의 장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 그 대상을 더 넓힌 셈이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휴대폰 2위 업체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삼성으로선 글로벌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가 끊길 수 있다.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게 되면 삼성전자로서는 인텔, 퀄컴 등 미국의 핵심 고객사로부터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이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삼성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데 세계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도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오스틴 추가 증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오스틴 팹(Fab)은 비메모리로 구성돼 있는데, 과거 오스틴 투자 계획에 따르면 오스틴 팹은 추가 3개 팹 투자가 가능한 유휴 면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입국장에서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삼성 측은 "(투자 여부는) 기업 상황에 맞게 해 나갈 뿐"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