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리고 나서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붕괴에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매출 채권 부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움직임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금 결제가 연쇄적으로 불발될 경우 극심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대손충당금을 확보해 충격을 완화하는 데 사활을 거는 움직임이다.
1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이 수 백억 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축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1분기 충당금을 3억8000만달러 확대, 총 11억달러로 늘렸고 디즈니 역시 3월말까지 6개월 사이 충당금을 1억6000만달러 확대했다.
스포츠웨어 업체인 콜롬비아가 3월말 기준 충당금을 2800만달러로 크게 늘렸고, 소재 업체 애버리 데니슨 역시 최근 1년 사이 충당금 규모를 1500만달러에서 31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기업들이 일제히 비상 사태에 적극 대비하고 나선 것은 매출 채권의 부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매출 채권은 외상 매출금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 대금을 의미한다. 외상으로 원자재를 구매한 기업이 제품 판매 부진으로 이를 갚지 못하고 부도를 내면 매출 채권을 보유한 업체는 그만큼 손실을 떠안게 된다.
기업들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높다고 판단, 완충제를 확보하기 위한 대응이다.
로펌 굿윈 프록터의 호우드 스틸 파트너는 FT와 인터뷰에서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매출 채권 부도 리스크가 크게 상승했다"며 "공급망 곳곳에서 외상 매출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계 컨설팅 업체 KPMG의 레자 반 루스말렌 파트너 역시 "대금 결제를 연기하거나 디폴트를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소비 침체는 여전한 상황.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매출 채권 손실이 급증할 경우 기업 연쇄 파산과 감원 한파 등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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