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재 인력 감축 자제 중…유동성 확보·긴축 재정으로 버텨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최저임금 동결 등 정책지원 필요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례 없는 경영위기 속에서도 '인력 감축'을 최대한 지양하고, '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 중심의 생존 전략을 전개해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더 지속되면 대기업의 32.5%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 대응방안으로 대개 '유동성 확보 및 비용 절감'(59.4%)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력 감축'(8.8%)은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자금 조달 등 현금유동성 확보(22.5%), 유·무급 휴업 또는 휴직(19.4%), 성과급·복지비 등 급여 삭감(17.5%), 명예·희망퇴직과 정리해고 그리고 권고사직 등 인력 감축(8.8%), 비주력사업 매각·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개편(4.4%) 순이다. '별도 대응방안 없음'이라고 응답한 기업들도 17.5%에 달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휴업·휴직을 실시 또는 논의하고 있는 기업들의 평균 휴업·휴직 기간은 1.2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급여를 삭감하기로 한 기업들의 월 급여 삭감 폭은 직원들을 기준으로 평균 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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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경제연구원] |
다만 현재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6개월간 지속될 경우, 인력 감축 기업 비중은 32.5%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현재 인력 감축을 진행·계획 중인 대기업 비중 8.8%의 3.7배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현 상황 유지 시 고용유지 한계기간은 0~2개월(6.7%), 2~4개월(16.7%), 4~6개월(9.2%), 6개월 이상(67.5%)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고용대란 방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 대폭 완화(37.5%)를 첫손에 꼽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생산량·매출액 감소 등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로, 지원요건은 총 근로시간 20% 초과 휴업 또는 1개월 이상 휴직, 매출액·생산량 15% 이상 감소, 재고량 50% 이상 증가 등이다.
한경연 측은 "지난 1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이 완화된 바 있으나, 대기업들은 여전히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휴업·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원요건 미달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대기업은 80.6%에 달했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지원요건 미충족'(72.0%)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는 휴업시간 또는 휴직기간 요건 미달(52.0%),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유 불인정(20.0%)이다. 그 외 지원금 신청절차 및 서류 구비의 까다로움(8.0%), 신규채용·감원 등에 따른 지원금 반환 가능성(4.0%) 등이 있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 대폭 완화에 이어 대기업들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정책지원으로 최저임금 동결(19.2%), 긴급융자제도 도입(14.9%),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13.9%), 직원 월급 보증제도 도입(11.5%)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대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영위기에도 휴업·휴직을 실시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원활히 지급될 수 있도록 지원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민간의 고용유지 노력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