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까지 늘었다 10년새 500여명 감소
브로커리지 비중 줄며 영향력 예전만 못해
"보고서 유료화 등 수익구조 마련해야" 조언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남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을 자랑하며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증권시장 변화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만 지나친 애널리스트 감축은 증권사의 기업분석 능력 저하로 이어져 결국 증권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리서치 보고서 유료화 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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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총 57개의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모두 1077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1500명을 넘겼으나 약 10년 만에 500여명이 줄어들었다.
애널리스트 감소 추세는 비교적 재정 상태가 건전한 10대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이달 기준 10대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총 551명이다. 2010년 693명에 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이 축소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NH투자증권 74명 △삼성증권 71명 △신한금융투자 69명 △KB증권 65명 △미래에셋대우 61명 △ 한국투자증권 52명 △하나금융투자 52명 △메리츠증권 39명 △대신증권 38명 △키움증권 30명이었다.
애널리스트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증권사 수익 구조 변화가 꼽힌다. 증권사 돈줄의 한 축이었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애널리스트들이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은 2011년 67.9%에서 서서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30%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그 빈자리를 IB(투자은행), WM(자산관리) 등이 채웠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펀드가 아닌 직접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며 "기관의 수수료 수익이 축소되니 애널리스트 비용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수가 줄면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은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감소다. 애널리스트가 사라지니 리서치 보고서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는 2013년 9만5215건에서 지난해 7만4148건으로 약 2만여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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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다만 일각에선 애널리스트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부실 보고서 양산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명의 애널리스트가 맡아야 할 업무가 늘어나면 양질의 보고서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양질의 리서치 보고서가 생산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부정확한 정보 속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증권사 신뢰도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 보고서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면 증권사 신뢰도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늘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권사 신뢰도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애널리스트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IB 업무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높은 수준의 기업분석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그것을 만들어내는 영역이 리서치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든다고 애널리스트 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리서치 보고서를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