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자유낙하를 연출했던 뉴욕증시가 반등한 가운데 백만장자와 개미들의 움직임이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전세계 백만장자들이 주식 매입이 이르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는 반면 개미들은 적극적인 주식 매매에 뛰어든 것.
뉴욕증권거래소 앞 거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4.8%로 후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된 한편 2분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백만장자들의 전략이 적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9일(현지시각)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서베이 결과 운용 자산 100만달러 이상인 부자들 4000여명 가운데 61%의 응답자가 주식 매입이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5~20% 추가 하락할 때까지 적극적인 매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지구촌 경제의 충격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16%의 응답자는 베어마켓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매수 전략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진단을 내린 백만장자는 23%에 그쳤다.
뉴욕증시는 3월 저점 대비 20% 가량 반등했지만 여전히 연초 기록한 고점을 밑도는 상황이다.
투자 구루들 사이에서도 비관론이 여전하다. 최근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의 하락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5주 사이 2600만을 웃도는 대규모 실직 사태에 따른 파장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번 서베이에서 고액 자산가들은 실물경기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60%에 달하는 응답자가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지구촌 경제의 침체를 점친 것.
단기 경기 전망을 낙관한 응답자는 30%로, 지난 1월 초 수치인 68%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UBS의 폴라 폴리토 부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요국 전반에 걸쳐 자산가들의 단기 증시 전망이 크게 악화됐다"며 "특히 아시아보다 미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미들의 주식 매입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온라인 증권사의 수수료 폐지와 연초 이후 주가 폭락이 저가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신규 주식 계좌 개설이 지난 1분기 60만800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3분의 2가 3월에 집중됐다.
E 트레이드 역시 1분기 36만3000건의 주식 계좌 신규 개설이 이뤄졌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다른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도 같은 기간 60만9000건의 계좌 증가를 나타냈다.
최근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매매에 뛰어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 거래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고 WSJ은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지난달 주가가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스티브 쿼크 부사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주가 폭락 과정에 상당수의 주식 초보자들이 매매에 나섰다"고 전했다.
JMP 증권의 데빈 라이언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증권업계의 수수료 폐지가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