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가 폭락에 수익률을 창출하는 구조의 헤지펀드인 이른바 블랙스완 펀드가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려 월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주요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을 연출한 사이 블랙스완 펀드가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현실화 될 경우 파괴적인 충격을 일으키는 이른바 테일 리스크를 겨냥한 펀드가 자금 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각) 시카고 옵션 거래소(CBOE)에 따르면 블랙스완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테일 리스크 인덱스가 연초 0에서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며 80 선에 근접했다.
지수는 유로존 부채 위기 당시인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초 급등하며 130 선을 뚫고 오른 뒤 장기간에 걸쳐 하락했지만 코로나19 충격에 급반전을 이뤘다.
개별 펀드의 수익률은 더욱 현란하다. 헤지펀드 매니저 마크 스피츠나겔이 이끄는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가 올들어 투자자들에게 4000%를 웃도는 고수익률을 안겨줬다.
펀드는 테일 리스크 전략을 근간으로 예기치 못한 악재가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인 급등락을 연출할 때 수익률을 올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같은 전략을 취하는 뉴욕 소재 캡스톤의 대표 펀드 역시 올해 1분기에만 350%의 고수익률을 창출했고, 런던의 36 사우스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자산 규모 20억달러짜리 상품이 130%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바이러스 확산과 경제 셧다운에서 비롯된 주식시장의 패닉에 대다수의 뮤추얼 펀드와 상자지수펀드(ETF)가 된서리를 맞았지만 블랙스완 헤지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57.2%의 수익률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테일 리스크 펀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7년 헤지펀드 매니저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저서 <더 블랙스완>이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면서 관련 펀드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탈렙은 저서에서 검은 색의 백조만큼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이 자산시장을 강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혀 다른 세상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라는 평가다.
스피츠나겔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 자산시장은 완벽에 가까운 세상을 반영했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일시에 기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번 주가 급락에 투자자들 사이에 베어마켓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에 4월 들어서만 56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CFRA의 토드 로젠블루스 ETF 및 뮤추얼펀드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주가 반등이 단기적인 움직임일 뿐이며, 베어마켓이 재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 이전 상태로 복귀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블랙스완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 2000포인트 폭락하는 상황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측면에서 관련 상품의 편입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증시 패닉이 발생하기 전 블랙스완 펀드가 장기간에 걸쳐 손실을 낸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고수익률을 겨냥하기보다 포트폴리오 헤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