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 캐스트에서 획기적 제안…"드라이버 페이스 크기도 지금보다 줄여야"
USGA·R&A의 '거리 제한 프로젝트'에 영향 미칠지 주목돼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드라이버샷 거리를 줄이기 위해 티 사용을 제한하자"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6승을 거둔 닉 팔도(63·잉글랜드)가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이같은 획기적 제안을 내놓았다.
팔도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프로골퍼들의 드라이버샷 거리가 갈수록 늘어나고 이것이 골프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 따른 것이다.
2000년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톰 왓슨과 함께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닉 팔도(오른쪽). 그는 폭발적 거리 증대를 막기 위해 티 사용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사진=R&A] |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는 지난 2월 '디스턴스 인사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거리와의 전쟁'에 나섰다. 거리 증대는 골프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멈춰야 하고, 거리 증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팔도는 먼저 골프에서 볼 스트라이크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버 페이스의 크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드라이버 페이스는 크기도 하면서 관용성도 좋아 드라이버를 잘 치는 선수가 못치는 선수보다 훨씬 많다"며 "페이스를 작게 만들면 스윗 스폿도 작아지므로 프로골퍼들은 스윗 스폿에 볼을 맞히는 일이 중요하고도 급선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팔도는 퍼시몬 드라이버와 발라타 볼을 쓰던 시절에는 드라이버를 잘 구사하는 선수가 손으로 꼽을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레그 노먼, 잭 니클로스, 리 트레비노, 톰 왓슨, 세베 바예스테로스 등 10여명 정도다. 이들은 장비의 도움이 아니라, 볼을 클럽의 스윗 스폿에 맞히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드라이버샷을 잘 구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요즘에는 드라이버샷을 못치는 선수들이 10여명 정도다. 캐리로 300야드를 날리는 선수들이 많아 헤아리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팔도는 페이스 크기 제한 다음으로 티(페그) 사용을 금지하자는 아이디어를 밝혔다.
USGA에 따르면 나무로 된 티는 1899년 미국 보스턴의 치과의사였던 조지 그랜트가 발명했다. 그러고 1920년대에 들어서 우든 티가 대중화됐다. 그 전에는 티잉구역에 있는 젖은 모래나 흙을 쌓아놓은 후 그 위에 볼을 놓고 티샷을 하곤 했다.
티잉구역에서 티를 사용함으로써 볼을 띄울 수 있고, 스핀량을 줄일 수 있어서 잔디 위에 그냥 놓고 칠 때보다 볼을 더 멀리 날릴 수 있게 됐다.
팔도는 "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면 선수들은 드라이버 대신 3번우드 등으로 티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티잉' 구역이라는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업하지 못하면 누가 로프트 6도 짜리 드라이버를 쓰겠는가. 볼을 공중에 띄우기 위해 그들은 앞다퉈 9도, 10도 짜리를 찾을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스푼이 대세가 될 것이다. 크나큰 변화가 일 것이다. 로리 매킬로이는 3번우드로 285야드를 캐리로 날리더라. 그러나 티업하지 않고 지면에 놓인 볼을 드라이버로 띄워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프로들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94야드로 조사됐다. 올시즌 미국PGA투어의 최장타자는 브라이슨 디섐보로 평균 321.3야드를 기록중이다. 올해 미국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10야드를 넘는 선수는 21명, 300야드를 넘는 선수는 86명이나 된다. 평균 303.2야드로 이 부문 54위에 올라있는 임성재는 장타자 축에도 못낀다.
팔도의 제안이 USGA와 R&A의 '거리와의 전쟁' 프로젝트에 반영될지 두고볼 일이다.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