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탑텐' 내수 실적 오르고 수출은 떨어져
코로나로 해외 공장 '셧다운'...구조조정 진행형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지난해 애국 마케팅으로 '탑텐' 브랜드 입지를 강화한 신성통상이 노동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수출사업부 소속 직원 3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통보를 했다는 지적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싱 기업 특성상 코로나 사태로 실적이 악화되며 구조조정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팬 반사이익' 영업익 2배 늘었지만...애국 기업의 두 얼굴?
22일 신성통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초 수출사업부 소속 직원 26명을 해고했다. 당초 구조조정 목표 인원은 수출사업부 직원 220여명 중 1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보다 많은 인원이 사직서에 서명했으며 현재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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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전후 신성통상 실적 변화. 2020.04.21 hrgu90@newspim.com |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성통상은 노동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직장인 전용앱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신성통상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이 회사의 일반적인 해고통보를 주장했다. 협의 없이 사직서 제출을 요구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당일 통보받고 짐 싸고, 해외 내보내놓고 예고도 없이 자르고, 공채라고 뽑아놓고 1년도 못 채운 신입들을 퇴직금 들기 전이라고 내보냈다"며 "차장, 부장도 아니고 지켜줄 사람 하나 없는 사원들이 대체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고 구조조정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신성통상은 전날 임원의 직원 폭언, 폭행,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수출사업부 소속 A상무가 지난해 연말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폭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경위 확인 후 A상무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했으나 소극적인 대처로 논란을 키웠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우리도) 지난해 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별도 폭행이나 성희롱 신고가 들어온 건 아니고 현재 사건 경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의 내부 문제를 지적하는 제보가 끊이지 않자 '애국 기업' 이미지도 훼손됐다는 분위기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일본의 수출 보복에 따른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 반사이익으로 내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 영업이익이 94% 이상 성장했다.
이는 탑텐 등 SPA브랜드가 유니클로를 대체할 만한 '토종' 브랜드로 떠오른 덕분이다. 신성통상은 지오지아, 탑텐 등 내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나, 불매운동 전까지 평균 실적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작년 말부터 수출은 마이너스...'구조조정 찬바람' 지속될 듯
신성통상의 구조조정 논란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신성통상은 현재까지 구조조정 협의를 진행 중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통상기업 특성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성통상의 수출 실적 악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이슈 이전부터 수출 사업에서 애로를 겪고 있었다는 말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수출 부문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억원 이상 적자 폭을 키웠다.
코로나19로 실적 악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가 전반적인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싱 기업은 타격을 더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신성통상은 전체 매출의 36%를 수출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패션 계열사는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세분화돼 있어 이런 시기에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면서 "통상회사의 경우 주 먹거리가 수출입 소싱이다 보니 몇 개월 만에 매출이 반토막 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은 현재 수출사업부의 업무가 전무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 오더가 완전히 캔슬되면서 동남아 생산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며 "가을옷 생산분까지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 통보 논란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블라인드 등에는 신성통상의 해고 통보 문화를 지적하는 글이 지속 올라오고 있다. 신성통상 측은 해외 사업 악화에 대한 자구책으로 구조조정 및 전환배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1차적으로 내수 패션 조직에 수출사업부 직원 7명을 재배치했다"며 "4월 말까지는 (사직서에 서명한 직원도) 우리 직원이므로 재배치 전환 검토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