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구촌 경제의 침체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후 회복에 대해서도 비관론에 힘이 실려 주목된다.
무서운 기세로 번지는 바이러스가 진화된 이후에도 미국을 필두로 한 지구촌 경제가 이른바 V자 회복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고객 한 명 없는 미국 뉴욕주 뉴욕 맨해튼의 애플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한 주에만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328만명에 달했고, 아시아와 유럽의 제조업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등 코로나19 충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가운데 장기적인 하강 기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제 석학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수요와 공급 동시 쇼크를 극복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한 지구촌 경제의 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심지어 U자 회복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600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백악관은 사망자가 24만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이러스 확산이 아직 정점을 찍지도 않은 상황에 회복을 둘러싼 비관론이 투자 심리를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진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주요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를 일시에 마비시킨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당 기간 고착화될 수 있고, 이는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망가진 기업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고용이 살아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콜롬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여름까지 소멸하지 않으면 경제적 연쇄 충격이 배가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보건 당국자들이 바이러스 진화를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일상 복귀를 권고할 여지가 높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이 심리적 공포에 빠져 일상적인 경제 활동을 꺼리면서 기업들이 턴어라운드를 이루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를 겪는 과정에 개인 파산과 기업 디폴트가 급증, 실물경기를 또 한 차례 강타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맥킨지에 따르면 약 25%의 미국 가계가 저축할 여유 없이 생활하는 실정이고, 수중에 비상금이 400달러도 없는 미국인이 40%에 이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초미세 원형태의 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대규모 감원이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개인 파산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이미 신용카드 연체가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실직자가 25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실업률이 15%까지 뛸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미국 경제가 25%에 달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한편 경기 회복이 나이키의 상표 모양처럼 느리고 완만한 형태를 보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공급망 교란과 수요 충격에 따른 파장은 거시경제 지표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로존의 제조업 생산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됐고, 아시아도 가파른 후퇴를 나타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공개한 유로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4.5를 기록해 전월 49.2에서 더욱 깊은 위국 국면으로 내리 꽂혔다. 특히 이탈리아 지표가 2월 48.7에서 3월 40.3으로 후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연간 실적 전망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제조업계가 극심한 위기를 맞았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신흥국의 제조업 경기가 이탈리아보다 큰 폭으로 후퇴했고, 일본과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국이 일제히 경기 위축과 함께 감원에 돌입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PMI 역시 49.1로 하락하며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로지 콜드로프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전세계 제조업 경기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문 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감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