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이 배우자에게 체납사실 알린 공무원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1. 직장인 원모 씨는 시청 공무원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바람에 곤혹을 치렀다. 시청 징수과 공무원이 원씨의 배우자에게 원씨의 세금 체납 내역과 액수 등을 낱낱이 문자로 발송했기 때문이다. 이에 원씨는 "재산세 등 체납사실에 대한 정보를 배우자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2. 신모 씨는 거주지의 관할 공기업이 종합정비사업 중 하나로 보도블럭 공사를 진행하자 '예산 낭비성 사업이 아니냐'며 민원을 넣었다. 그런데 뒤이어 이 사업 추진위원장인 주민이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무엇 때문에 공사가 불편하냐',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신씨는 "공기업 직원이 전화번호와 민원 내용을 제3자에게 유출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3.정모 씨는 최근 자신의 가게 앞에 화분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시청 용역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정씨는 시청에 연락해 '화분 설치 구역은 사유지여서 문제가 없다'며 항의했다. 이후 시청 측은 용역업체 측에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후 민원을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용역업체의 전화를 받은 정씨는 "공무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성착취물을 공유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공익요원을 동원해 피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가운데 공공기관의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이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공공기관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는 진정이 잇따라 접수돼 해당 기관들에게 직무교육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공무원이 민원인의 동의나 민원처리와 관련한 사전설명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민원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공무원의 경우, 현행법상 업무 수행을 위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당 기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별 진정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정보를 전달해야 할 불가피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가 공공기관의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