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협정 공백에 우려 ↑…요구액 낮추고 유효기간 확대해야"
"코로나19와 맞물려 한·미 관계 훼손, 신속히 문제 마무리하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분담금 요구액을 낮추고 협정 유효기간을 확대해 이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7일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우려하고 실망한다"며 "신속히 해법을 찾지 않으면 동맹에 상처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대표단이 지난해 12월 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외교부] |
VOA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만료된 SMA의 공백이 길어지는데 대해 워싱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혼란이 더해지면서 오랜 동맹 관계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VOA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 속에서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나라 간 더욱 빠른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COVID-19) 대응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 참석했다. 2020.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는 동의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시간이 갈수록 해외주둔 미군 경비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은 분담금 인상에 더욱 긍정적이고 주도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요구는 한도를 한참 넘은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비교해 이미 자신의 몫을 다 해 왔지만,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어떤 동맹보다도 군비를 많이 투입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분담금을 어느 정도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24 photo@newspim.com |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역사적 동맹인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되며 적정선에서 타결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은 언제나 미국에 협조해왔고 경제 성장을 할 때마다 분담금을 늘려왔다"며 "한국을 노르웨이나 네덜란드, 독일 등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 한국은 언제나 합당한 만큼의 비용을 분담해왔다"고 말했다.
벡톨 교수는 이어 "부유한 나라들이 공정한 몫을 분담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지만 한국은 예외"라며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 건설비용으로도 95억 달러를 지원했다. 한미연합사령부(CFC)를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동맹을 위한 한국의 기여는 매우 강력했고 미국과의 분담금 협상에서 이 점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초 미국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분담액 50억 달러는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으로 보수, 진보의 차이를 떠나 한국 국회의 승인을 받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첫 SMA 체결에 관여했던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도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현 수준 보다 늘릴 수 있지만, 미군 주둔에 드는 점진적 증가액 이상을 부담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를 위한 실제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코브 전 차관보는 이어 "방위비를 자선활동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주한미군은 결국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 북한의 재침입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야말로 미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실리적으로 보더라도 주한미군을 귀환시킬 경우 이들을 제대시키지 않는 한 미국은 더 많은 유지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애초 50억 달러로 알려졌던 미국의 요구액에 관해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며 "미국은 늘 한국의 민주주의'가치를 존중한다고 밝혀 온 만큼, 민주주의가 방위비 대폭 인상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 변화가 필요한지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 방위비 협상 대표 [뉴스핌 DB] |
◆ 전문가들 "SMA 유효기간 1년 너무 짧아…양국 간 혼란·갈등 야기"
"유효기간 늘리고 코로나19·북한 문제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1년 단위로 갱신하면서 갈등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을 최소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1년마다 갱신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고 협상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서 동맹과 긴장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도 "안정을 회복하고 이번과 같은 위기가 매년 반복되지 않도록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브 전 차관보는 "금액은 올리되 현재 1년 단위인 협정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안이 '윈윈(win-win)'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고 분담금을 현행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늘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방위비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분담금을 앞으로 2년 동안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위기와 북한에서 야기될 실질적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