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분기 어닝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기업과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즈니스가 '셧다운'된 기업들이 이미 실적 악화를 예고하고 있고, 이익 감소 전망을 내놓은 월가는 전망치의 가파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말 그대로 이익 절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실직 대란과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 등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전세계 경제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에 2조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객 한 명 없는 미국 뉴욕주 뉴욕 맨해튼의 애플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18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S&P500 기업의 1분기 이익이 전년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무의미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는 한편 정부의 이동 제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어 이익 감소 폭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뿐만 아니라 실적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월가는 주가 향방에 대해서도 비관론을 떨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초만 해도 애널리스트는 1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이 4.4% 증가하며 강한 턴어라운드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2분기가 더욱 우울하다는 지적이다. 애플부터 나이키, 노드스트롬 등 주요 기업의 영업점 폐쇄가 이제 시작이고, 각국의 여행 경보가 날로 강화되면서 항공업계와 숙박업 등 관련 산업의 타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바이러스 진화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파산과 대규모 감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이동 제한과 여행 경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이 수요 쇼크를 일으킬 수 있고, 이에 따른 정확한 손실 규모는 예측 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CNBC 역시 수 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상당 기간 소득이 끊어지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 수요 쇼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 CNN은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2008년과 흡사한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RBC 캐피탈 마켓은 연말까지 기업 이익 악화를 예고했고, 골드만 삭스와 ING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각각 5%와 8%의 후퇴를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이외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에 따른 유가 급락이 미국 에너지 업계의 실적에 커다란 흠집을 낼 전망이다.
기업들이 쏟아내는 비명은 월가의 비관론에 현실성을 더해 준다. 뉴스맥스에 따르면 미 여행업협회는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인해 관련 업계가 80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행 업계의 고용 규모가 1580만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적 악화에 따른 감원이 본격화될 경우 2차적인 파장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전날 적극적인 코로나19 진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20%에 달하는 실업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텔 업계는 매출 급감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5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CNBC가 110개국 2750개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2%에 달하는 응답자가 앞으로 6개월간 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한편 구겐하임은 보고서를 내고 전세계 경제의 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에 2조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에 제공한 구제금융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