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거리 노선, 보잉 737‧에어버스 중심 LCC 해당안돼
미국 30년 전 100개 업체 난립…구조조정 통해 현재 9개
[편집자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내외적인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LCC업계 맏형인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고 다른 LCC들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LCC의 위기와 관련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영향도 있지만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등 내적 원인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LCC업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여다 본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직면한 최대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비상경영이나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는 한편 중장거리 노선 도입을 통한 신규 시장 창출에 열을 올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결국 기초체력이 약해진 LCC를 중심으로 인수 합병이나 시장 퇴출 등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운수권 배분…"LCC업계에 도움 되려나"
21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코로나19로 위축된 중화권 노선을 대체할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해 운수권 배분이 예정돼 있다.
국토부는 "아시아권 이외의 대체 노선 확보와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파리, 헝가리, 포르투갈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LCC업계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운수권 배분은 향후 수익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지만 당장 '보릿고개'를 버티는 데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된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운수권을 배분 받으면 노선 개선, 현지 공항 당국 허가 등을 거쳐 취항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노선은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일부 LCC에게만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LCC들이 단거리에 특화된 보잉 737 기종이나 에어버스에서도 소형기를 운영해 최대 운행시간이 6시간"이라며 "장거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미국, 항공자유화 후 가격경쟁과 파산 거쳐 인수·합병 진행
다른 자구책을 찾지 못한 LCC 업계가 인수합병이나 시장 퇴출 등 산업 구조조정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은 30년 전 항공자유화를 했을 때 LCC가 100개 이상 난립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9개로 축소됐다. 1978년 미국 카터 정부가 규제를 담당해 온 민간항공위원회(CAB)를 폐지한 뒤 1985년까지 7년 간 신규 항공사가 119곳이나 생겼다. 우후죽순 생긴 업체 간에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파산하기 곳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수·합병이 진행됐다.
또한 일본과 중국도 현재 각각 8개, 중국 6개에 불과하다.
당장 국내 LCC들의 실적도 빨간불이다. 4개 상장 LCC 가운데 맏형격인 제주항공이 지난해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 뒤로 진에어(-491억원), 티웨이항공(-192억원), 에어부산(-505억원)도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의 사정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체력 약한 업체부터 '구조조정' 전망
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섰다는 시각이다.
인수 계약이 두 차례나 미뤄지며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에 대한 M&A가 논의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중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그외에 LCC 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보면 항공여객 수요회복까지 약 4개월 정도 소요됐다"며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면 항공운송업종의 실적회복 시기는 2020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항공여객업황이 최악을 지나면서 일부 LCC들은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LCC들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악을 지나면서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