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6개 업체에 3개 업체 '링' 위로...경쟁 과열
"공급 늘면 수요 증가" vs "구조개편 앞당겨"
[편집자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내외적인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LCC업계 맏형인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고 다른 LCC들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LCC의 위기와 관련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영향도 있지만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등 내적 원인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LCC업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여다 본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현재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구조적인 원인으로 '공급과잉'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업계 간 '제살깎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현재 6개 업체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신규 업체 3곳이 합류할 경우 더 깊숙한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로고 [로고=각 사] 2020.02.20 iamkym@newspim.com |
◆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링 위로 올라오는 경쟁자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이 추가로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하며 LCC 시장은 또 한 번 팽창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비행기를 띄운 곳은 플라이강원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1월 국내선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12월에는 국제선 양양~타이베이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도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청주~제주 노선에 취항한 뒤 오는 7~8월부터 대만, 일본, 중국, 베트남 등 근거리 국제선 취항을 확대할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2일 국토부에 AOC를 신청했다. 올해 9월 신규 취항을 목표로, 다음 달 객실 승무원 150여명을 신규 채용하고 7월부터는 보잉 787-9 기종의 새 비행기 3대를 도입한다.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동남아 등에 취항하며 내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실리콘밸리 등 노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 "이미 공급 포화상태인데..." 경쟁자 등장에 한숨짓는 업계
문제는 현재 LCC 업계가 존폐를 걱정할 만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LCC 맏형' 제주항공이 지난해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티웨이항공 192억원, 진에어 491억원, 에어부산 505억원의 적자를 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의 사정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시위 등 대외적 악재와 함께, 업체 간 공급과잉으로 과열된 경쟁이 원인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로 줄어든 여행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다.
한 LCC 관계자는 "새로운 항공사들이 차별화를 말하지만 결국 기존 항공사와 겹치는 노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공급이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더 들어오면 다 같이 힘들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신규 업체 "공급 늘면 수요도 늘어"...전문가들 "구조조정 이뤄질 것"
경쟁을 준비 중인 신규 업체는 공급과 함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서비스 등 차별화 전략과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업계 호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공급과잉은 공급자 입장의 시각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다양해지고 혜택도 많아지는 것"이라면서 "공급이 많아지면 수요는 따라올 것으로 본다. 경쟁이 있어야 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이 유동적인 항공업계의 특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황기에는 업체가 많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이번 같은 대형 악재가 발생해 수요가 급락할 경우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약해진다는 분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규 항공사들이 참여를 준비했을 당시만 해도 업황이 괜찮았다"며 "그러나 지금 같은 업황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업체가 더 늘어난다면 시장 재편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국내 경제규모, 여행객 수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LCC가 최대 5개 미만이어야 어떤 악재에도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다"며 "업체가 증가한 상황에서 다시 큰 불황을 맞는다면 M&A 등 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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