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등급전망, 실제 등급에 반영될 확률 92%"
한신평 23건·한기평 15건·나신평 21건에 '부정' 전망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올해 들어 신용평가사들의 기업 등급 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작년 잠정 실적공시를 통해 어닝쇼크 우려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예년보다 더 많은 등급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으로 하향했다. 1년만에 2단계가 강등된 것이다. 잇따라 17일 한국기업평가, 18일 한국신용평가도 등급을 낮췄다. 또 나신평과 한신평은 이마트 장기신용등급을 'AA'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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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LG디스플레이] |
◆ 등급전망 반영 가능성 92%
크레딧 업계는 나신평과 한신평이 LG디스플레이의 '부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신용등급을 변경하면 그만큼 레버리지, 매출 등 요구되는 재무수준도 바뀐다. 따라서 신용등급을 하향하면 신용전망은 '안정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양사는 중국 측 공급과잉으로 인한 LCD 수익성 저하와 OLED 투자 부담으로 단기내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평사 두 곳이 LG디스플레이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 것에 놀랐다"며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1년동안 두 등급 강등 조치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이후 처음이다.
나신평은 작년 11월 LG디스플레이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환한 후 3개월만에 하향했다.
등급전망은 향후 신용도 조정 방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신평이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긍정적' 이나 '부정적' 등급전망이 실제 등급에 반영될 확률은 92%에 이른다.
◆ '부정적' 등급전망 20여곳 이른다
한신평은 지난달 7일 두산 계열사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한신평은 "두산중공업의 사업기반 및 실적 약화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그룹 내 상대적으로 재무여력이 양호한 동사의 지원부담 가능성이 있다"라며 사유를 밝혔다. 한기평도 현대로템과 OCI의 2019년 잠정실적이 나오자 부정적 워치리스트에 각각 등재했다.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은 무보증사채는 최대 23건에 이른다. 19일 기준 한신평은 23건, 한기평은 15건, 나신평은 21건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LG하우시스와 두산계열사 및 KCC의 경우 신평 3사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재무적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3사의 워치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전망이 등급조정에 반영되는 기간은 보통 1년 내외다. 한신평은 기업들이 '긍정적' 이나 '부정적' 전망을 받은 뒤 등급이 조정까지 걸린 기간은 429일로 집계된다. 2019년 말 기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 기간이 200일을 초과하고 있으므로 상반기 내 등급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은 "2018년 말 기준(381일) 보다 늘어난 수치인데, 롯데지주 관련 4개사(727일)와 두산(800일) 등 일부 기업의 영향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등급 조정을 위한 모니터링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구조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자구계획 등이 진행되거나 실적 개선세로의 전환 전망이 확실시 되는 경우가 아니면 모니터링 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결산 실적 부진이 확인되면 등급 하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신평사들의 공격적 레이팅 액션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등급 조정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팀장은 "작년 평균 10~15개 등급이 하향됐는데 올해는 15개 이상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팀장은 "그간 신평사들이 등급 강등까지 오랜시간 두고 봤다면 이젠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레이팅 액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