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고용연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힘에 따라 정년 연장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어르신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9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며 한발을 뺀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정부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용연장의 방법으로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선택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되면 60세를 넘긴 직원을 계속 고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으로서는 정년연장과 같은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서열형(호봉제)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사업체가 많은 데다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고용연장은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정년을 60세로 늘린 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선 없이 다시 정년을 연장한다면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 있을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을 연장한다면 젊은 층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당장 급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 확충이다.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넘쳐나는 데다 제조업의 붕괴로 우리 사회의 주축인 30,40대의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악화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한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키는 고용 연장은 젊은층에게 취업절벽의 낭패감을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용 연장은 현 정권의 지지세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공공부문의 기득권 보호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50대를 겨냥한 선거전략이란 의혹도 나오는 만큼 정부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기업활력 회복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청·장년 층 일자리를 만든 후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 대신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구조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순수하게 노년층의 일자리 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고용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 전면 실시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황금알을 얻기 위해 거위 배를 가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