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도 이미 시행…문재인 대통령 "부득이한 조치"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도 신종 코로나 영향 받을 듯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정부는 최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4일 오전 0시부터 전면 금지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에 나섰다.
한중관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치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며 "일각에서 번지고 있는 반중(反中) 감정을 적절히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역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
◆ 강준영 교수 "국제공토 통해 바이러스 확산세 진정시킨다는 차원"
정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최근의 전세계적인 흐름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미국은 2일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키로 했고, 일본도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계 각국도 감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입국 제한이나 출입국 강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문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선제적으로 과도한 조치를 했다면 문제가 있지만 국제공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를 진정시킨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수근 산동대 객좌교수는 "모든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시킨다면 문제가 있지만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을 규제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며 "이후 추가적인 조치는 중국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 브리핑에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중국과 굉장히 소통이 잘 되고 있고, 외교 마찰이 있다 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우수근 교수 "국익 측면에서 중국은 중요…反韓 바이러스 경계해야"
다만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한중 외교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예단하긴 어렵지만 유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조치보다는 일부 국민들의 감정을 관리하는 게 한중관계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을 향한 혐오 감정만 내세워선 얻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강준영 교수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라는 군사외교적 문제에서 한한령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진 한중관계 상황에서 이번 일로 차이나 포비아 같은 접근을 하면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며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성숙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한중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근 교수는 "국익 측면에서 싫든 좋든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반중, 혐중 감정을 조장하며 한국의 국가 이익에 반하는 반한(反韓)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고 지적했다.
이동률 교수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발이긴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인 위기라는 공감대를 갖고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먼저"라며 "그동안 서로 반한, 반중 감정이 높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감정을 붉히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