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작금 김대중·노무현 뒷조사에 사용한 혐의
재판부 "정당하지 않은 업무에 수익금 불법사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자금을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뒷조사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 간부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62)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던 최종흡(72) 전 국정원 3차장도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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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가장사업체 수익금'을 사업에 사용한 것이 정당한 국정원 직무에 따른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고금 관리법을 위반해 사용된 이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위한 사업을 국정원 고유 업무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고에 납입돼야 할 성질의 가장체 수익금을 정당한 업무로 보기 어려운 '데이비슨' 사업이나 '연어' 사업에 불법 사용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위"라며 "1심 양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국장과 최 전 차장이 가장체 수익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은 대외적으로 용도를 숨겨야 하는 대북공작사업 등을 수행할 때 가장사업체를 통해 운영해야 하고, 발생한 수익금은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수익금을 국고에 반환했다고 주장하나, 국정원 사실조회와 관련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실제 기획재정부에 반납된 적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장과 최 전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경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에 대한 뒷조사를 하면서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무단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안가(安家) 마련 과정에서 대북공작금 28억원을 지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김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추적을 위해 '데이비슨'이라는 이름의 공작 사업을 하면서 국세청 등에 공작비·뇌물 등으로 5억원을 전달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소문을 추척하기 위해 '연어' 사업을 펼치면서 8000만원을 사용했다.
1심은 지난해 7월 김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각 사업이 국정원의 업무 범위 내에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나 사업의 합목적성 여부를 막론하고 이같은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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