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부터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달러화 약세 전망을 쏟아내 주목된다.
지난달 두드러졌던 달러화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1단계 무역 합의로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일정 부분 진정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러화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현지시각) 새해 벽두부터 ABN 암로를 포함한 IB 업체들이 약달러 전망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점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10개 글로벌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7% 이상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만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2% 급락했다. 이는 월간 기준 2년래 최대 하락에 해당한다.
달러화는 지난 2011~2017년 사이 약 40%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호조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여기에 양적완화(QE) 종료와 금리인상 등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달러화의 장기 강세 흐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달러화의 장기 추세가 이미 반전을 이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2월 가파른 하락이 본격적인 약세 흐름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안전자산으로써 달러화의 투자 매력이 한풀 꺾였다는 지적이다. ABN 암로의 조제트 볼레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극렬한 무역 마찰과 관세 전면전이 안전자산 투자 심리를 자극해 달러화 상승을 이끌었지만 1단계 무역 합의로 호재가 힘을 다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러화는 지난해 10월 양국 협상 팀이 워싱턴D.C.에서 회동해 중국 통상 시스템을 포함한 난제들을 제쳐두고 이른바 스몰딜을 추진하자는 데 합의한 이후 상승 모멘텀을 잃었다.
지난 7월과 9월, 10월 세 차례에 걸친 연준의 금리인하도 달러화 기류 변화를 주도했다. 정책자들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1.50~1.75%에서 동결할 뜻을 밝힌 만큼 통화 정책 측면의 달러화 상승 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 경우 달러화에 상당한 하락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런던 소재 M&G 인베스트먼트의 짐 레비스 채권 헤드는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없지 않다"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 경제 성장이 부진할 경우 정책자들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미 연준의 이른바 '매파' 금리인하로 인해 미 2년물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프리미엄이 2018년 말 350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216bp로 축소됐다.
그만큼 유로화 자산에 대한 달러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셈이다. 유로존 주요국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는 만큼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골드만 삭스는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경우 달러화 하락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밖에 유럽과 신흥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도 달러화 향방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