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6일간에 걸친 일본 금융시장의 휴장에 월가의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유동성 공백으로 인해 2019년 초와 같은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기적인 상승 베팅이 집중된 신흥국 통화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각) 도쿄금융시장에 따르면 연말 엔화 대비 터키 리라화의 순매수 포지션이 80%를 훌쩍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남아공 랜드화와 멕시코 페소화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 역시 80% 내외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불안하다는 표정이다. 휴장에 따른 유동성 공백이 외환시장의 플래시 크래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
특히 리라화는 2019년 11% 이상 하락했고, 이에 따라 마진콜에 따른 포지션 청산이 가세하면서 폭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전문가들뿐 아니라 수출입 업체들도 연초 외환시장의 널뛰기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일본 금융당국도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금융선물협회(FFAJ)는 연초 금융시장의 급등락과 시장 혼란을 경고했다.
도쿄 소재 리서치 기관인 가이타메닷컴의 간다 다쿠야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초 엔화에 대한 리라화의 급락이 예상된다"며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 손절매가 쏟아지면서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베팅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친 경우 후폭풍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019년 1월 초 도쿄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화에 대한 리라화와 호주 달러화의 '팔자'가 쏟아졌고, 낙폭이 커지면서 상승 포지션의 청산이 가세하면서 말 그대로 '크래시'가 벌어진 것.
당시 엔화는 불과 수 분 사이 호주 달러화와 리라화에 대해 각각 8%와 10% 폭등, 트레이더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휴장 기간에 투자자들이 마진콜에 대응할 수 없는 시장 구조가 이번에도 패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JP모간은 투자 보고서에서 "12월 엔화가 약세를 나타낸 만큼 1월 반등의 여지가 높다"며 "이는 투기적인 매수 포지션이 큰 신흥국 통화의 급락 리스크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의 엔화 숏 포지션이 2019년 초에 비해 80% 이상 축소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진 트레이딩 업체들이 통상 연초 휴장 기간에 고객들의 상승 베팅을 구축하고,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뿐 아니라 달러화 역시 연초 엔화에 대해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