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말 글로벌 채권시장에 '리스크-온'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투기등급 가운데서도 투자 리스크가 높은 CCC 등급 채권으로 뭉칫돈이 밀려 드는 한편 일본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큰손들이 내년 신흥국 채권에 공격 베팅할 태세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타결로 경기 침체 공포가 진정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익률 베팅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CCC 등급의 회사채가 이달 들어 23일까지 4.7%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8~11월 사이 3.2% 손실을 봤던 CCC 채권이 급반전을 이룬 셈이다. 경기 침체 리스크와 이에 따른 디폴트 위험이 한풀 꺾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BB 등급 채권 역시 연초 이후 14.6% 치솟았다. 해당 채권의 수익률은 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6.2%에서 절반 가량 떨어진 수치다.
연말 최하위 정크등급의 상승 랠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플리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에릭 헤스 신용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내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크게 높여줄 자산을 찾는 데 혈안"이라며 "투자등급 채권이 사상 최고치에 거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고위험 채권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채권시장도 유동성 홍수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 자산운용사들을 필두로 글로벌 큰손들이 수익률 창출 기회를 찾아 신흥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내년 해당 지역의 채권 비중을 확대한다는 움직임이다.
도쿄 소재 애셋 매니지먼트 원의 다케이 아키라 채권 펀드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내년 멕시코 채권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이 밖에 남아공을 포함해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지역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1조달러에 이르는 상황. 머니 매니저들은 수익률 기회를 찾아 점차 위험 자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모간 스탠리 MUFG 증권의 스기사키 고이치 이사는 "투자자들이 점점 더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 자산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올해 뭉칫돈이 밀려 들었던 미국 회사채 시장은 기류 변화가 예상된다. 올들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는 14%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공급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핌코의 마크 키셀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 등급이 높은 채권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해당 채권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투자 등급 채권의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대폭 축소됐다. 해당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2.87%로, 국채 대비 프리미엄이 1%포인트로 좁혀졌다.
수익률이 더 이상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올해와 같은 '사자'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