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성추문의 당사자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이 2년 간의 법적 다툼 끝에 피해 여성들과 2500만달러(약 296억원)의 보상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와인스틴은 스스로 자신의 범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파산한 그의 회사 대신 보험회사가 금액을 지불하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이번 합의에 응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어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성추문 당사자 하비 와인스틴(가운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와인스틴과 파산한 그의 영화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 이사회가 4700만달러를 지불하고 와인스틴과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거의 모든 민사소송을 끝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인스틴 변호인 측은 이 가운데 변호인 비용을 제외한 2500만달러가 피해 여성들에게 지불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 중 620만달러 가량이 피해 여성 18명에게 지급되고, 1850만달러는 뉴욕주 집단소송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합의는 파산법원이 최종 승인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최종 서명하면 성사된다. 하지만 합의에는 와인스틴이 범법행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와인스틴 컴퍼니가 이미 파산했고 와인스틴도 개인 파산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결국 보상금은 와인스틴 컴퍼니 보험회사가 지불하게 된다.
또한 와인스틴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프로듀서 알렌산드리 카노사와 배우 웨딜 데이비드의 변호인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에 응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와인스틴 측의 법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합의금 중 상당액이 변호사들에게 돌아가고 피해자는 결국 적은 보상만 받게 될 것이라며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NYT가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한 지 2년 만에 이뤄졌다. NYT 폭로 이후 귀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애슐리 저드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뿐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까지 와인스틴으로부터 30년 간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이 1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전세계적 미투 운동이 촉발됐다.
민사 소송과 별개로 와인스틴은 2006년과 2013년에 여성 2명을 각각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 뉴욕주에서 형사재판을 받는다. 이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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