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적용 7~9월, 日4대 은행 여신 18조4549억원
7~8월 기업대출 만기 39%, 대출 만기연장 거부도 0건
일각서 "제2의 IMF 위기"… 금융시장 혼란만 야기 비판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일본의 '금융보복' 위기설이 적어도 현 시점까진 기우였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시작한 7월 이후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기업 대출을 전혀 회수하지 않은 점이 수치로 증명됐다. 때문에 일각에서 '제2의 IMF' 사태 우려가 제기된 것을 두고선, 금융시장 불안만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업중인 엠유에스지, 미즈호코퍼레이트, 미쓰이스미토모, 야마구찌은행 등 일본계 은행 4곳의 3분기말 총 여신(기업, 가계)은 18조4549억원으로, 2분기(19조1958억원)보다 0.03%(7409억원) 감소하고 1분기(18조2996억원) 대비로는 1553억원 늘었다.
3분기말 은행 별 여신잔액을 보면 엠유에스지 6조674억원, 미즈호코퍼레이트 7조8285억원, 야마구찌 70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3245억원, 4835억원, 156억원 감소했다. 반면 미쓰이스미토모는 4조4889억원으로 827억원 늘렸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19.12.04 hkj77@hanmail.net |
7월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며 수출규제를 시작한 시점이다. 게다가 7월부터는 우리 기업의 대출 만기가 집중돼, 일본 은행들이 마음만 먹으면 '만기연장 거부' 카드로 금융보복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은행들아 일본 정부의 지시를 받아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해 외화가 부족해지는 제2의 IMF 위기설도 대두됐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제2의 IMF가 온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가 퍼져있어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한 흔적이 없었던 점이 3분기 총 여신 수치로 확인됐다. 심지어 우리기업의 대출만기 연장 거부 건수도 전혀 없었다.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7월부터 8월말까지 국내 기업이 일본계 은행 4곳에 만기연장을 신청한 여신은 2조321억원(180건)이었다. 올 1~8월 만기연장을 신청한 기업의 39%나 해당한다. 그럼에도 7, 8월 동안 만기연장이 거부된 건은 '0건'. 김병욱 의원은 "일본의 수출보복에 이어 금융부분에서도 보복이 일어나 제2의 IMF사태가 온다는 일부 정치권의 과도한 불안감 조성했던 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국내 외화유동성이 충분하고 외화차입 여건이 양호해 다른 국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에서는 소폭이나마 일본계 은행 여신이 감소한 배경으로, 양국간 교역축소에 따른 자금수요 감소로 분석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 여신 0.03% 감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양국 교역 감소에 따른 자금 수요가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오히려 미쓰이스미토모가 대출을 늘린 건 일본 자금이 수출규제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 SK 등 우리 대기업들은 베트남 등 해외공장을 지을 때 일본 은행 대출을 현지에서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