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지난달 일본 공항에서 5시간 이상 입국이 지연됐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대응에 나선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원폭 피해자들은 3일 한국 정부에 일본의 억류 이유를 청취해달라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지난달 나가사키(長崎)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했다가 5시간이 넘는 입국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가사키(長崎) 폭심지(원자폭탄 투하지점)에 세워진 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2019.11.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3명을 포함한 11명의 일본방문단이 후쿠오카(福岡)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에 초청받아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후쿠오카 출입국·재류관리국은 처음엔 통상 입국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갑자기 이들을 별실로 이동시킨 뒤 입국 목적을 묻는 심사와 소지품 검색을 장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방문단이 입국 허가를 받았을 땐 이미 공항에 도착한 지 5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들은 다음날 교황 집전 미사엔 예정대로 참석할 수 있었다.
신문에 따르면 피폭 피해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지참하고 있었다. 편지는 일본의 식민지배 때문에 피폭 당했다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의 연락을 받아 공항에 갔던 고토 도미카즈(後藤富和) 변호사는 "입국관리 대응을 불법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 피폭자의 호소를 교황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행 중 한 명이었던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군지부장도 "지금까지 많은 일본 국민들은 친절했는데 (이번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 출입국·재류관리국은 아사히신문 취재에 "법령에 근거해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심사 시간 중) 불필요한 시간은 없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히로시마(広島)·나가사키에서 피폭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1967년 설립된 단체다. 협회는 지난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도 일본방문단을 보내 미국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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