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 TGV로 3시간을 달려 마주하는 도시 몽펠리에. 인구 23만2143명, 프랑스에서 주민 수가 일곱 번째로 많은 이 곳에서도 한류 붐이 시작되고 있다.
프랑스 남부지역에 위치해 기온이 온화하고 연중 60일 정도 비가 내리는 몽펠리에는 오시땅(Occitanie) 주의 중심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의과대학이 있고, 루이 14세의 영광이 깃든 개선문과 삐이루 왕실 광장, 그리고 산책하기 좋은 중세 거리를 볼 수 있다. 또한 불어를 배우기 위해 두 번째로 많이 찾는 도시이자 젊은층의 인구 비율이 높으며 프랑스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1위 도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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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PlacedelaComédie©VilledeMontpellier [사진=몽펠리에]2019.11.24 89hklee@newspim.com |
다양한 문화와 역사, 전통있는 교육의 도시인 이곳에서 한류의 바람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현대 무용가 출신 남영호 예술감독이다.
남영호 감독은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공연예술과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페스티벌 '꼬레디시(Corée dici, 여기에 한국이 있다)'를 개최했다. 매년 11월 20여 일간 한국의 공연과 전시, 문학, 영화 등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예술을 남프랑스 지역에서 올해까지 5회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만난 남영호 감독은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했다. 남 감독은 '꼬레디시'가 몽펠리에에 자리잡았던 과정을 전했다. 현대무용가였던 남 감독은 1992년 프랑스 몽펠리에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했고 자신이 직접 '코레그라피'를 창단했다. 그러다 2013년 무작정 몽펠리에 시청을 찾아 한국 문화를 소개할 축제 '꼬레디시' 개최를 제안했다.
남 감독은 열정적으로 한국 문화축제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고, 이에 시도 호응했다. 시립극장과 전시장, 문화시설을 무료로 대관해줬고 시예산(1만 유로)도 책정했다. 남 감독에 따르면 몽펠리에만 1년에 축제가 200여개가 있다. 그 중에서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데 시 예산과 지원을 받는 축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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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페라 '만화'에 대해 설명하는 남영호 감독 2019.11.24 89hklee@newspim.com |
몽펠리에 시청에서 만난 막스 레비타(Max levita) 부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 감독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모두의 마음을 바꾸는 에너지가 있다. 판을 뒤집는 분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몽펠리에는 교외까지 합치면 인구가 50만명에 육박한다. 외국인도 굉장히 많고, 영사관도 13개가 되는데 한국만 없다. 지난번에 한국 대사가 방문했을 때 남 감독이 영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며 "꼬레디시 축제가 4, 5회 이어왔는데 내년에도 6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꼬레디시 페스티벌은 '젊은과 건강'을 주제로 지난 5일부터 23일(19일간)까지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및 근교 도시의 약 16개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열렸다. 한식 체험 코너에서는 비빔밥을 직접 만드는 행사도 열렸고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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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페라 '만화'. 그림 그리는 백영욱 작가, 그 뒤로 David Lavaysse가 음악을, Pierre Sevila가 미디어아트를 담당하고 있다. 2019.11.24 89hklee@newspim.com |
21일 기자단에 공개된 오페라 '만화'는 한국인 만화 작가와 프랑스인 음악감독, 비디오 아티스트가 합작한 작품이다. 백영욱 작가가 무대 중앙에서 그림을 그리면 무대 뒤편에서 음악과 비디오 영상이 흘러나온다.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화려한 비디오아트가 그림 뒤 화면에 수를 넣고 이에 맞는 일레트로닉 음악이 펼쳐진다.
백 작가가 그린 작품은 ▲호랑이와 닭의 널뛰기 ▲인간과 기계의 결합된 이미지 ▲고양이 등에 숲이 자란다 ▲사람과 자전거가 분리되는 이미지 ▲우주인을 그리지만 마지막엔 동물 얼굴 원숭이 왕의 액션까지 총 여섯이었다.
음악은 그림의 제목이 한글자씩 흘러나오다 읽어주는데, 이를 노래처럼 선율을 만들었고 그림과 음악의 조화를 이루는 비디오 아트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동물이 나오다보니 현지 어린이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한국적인 붓놀림과 내용이 가미된 그림에 현대적인 음악과 비디오가 극장을 가득 채우며 감동과 재미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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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몽펠리에 막스 레비타(Max levita)부시장과 남영호 감독 2019.11.24 89hklee@newspim.com |
최근 프랑스에 상륙한 한류의 열풍과 꼬레디시 축제의 인기에 힘입어 이곳 몽펠리에의 퐁카라드 중학교에는 한국어가 지난 9월 제2국어로 채택됐다.
마니피시에(Mme.Manifecier) 교장은 "우리 학교는 몽펠리에에서 언어에 집중하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알릴 기회다. 지난해부터 아뜰리에 형식(정규 수업 전 언어권 문화와 관련해 교육하는 사전 수업)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듣는 학생 수가 중국어와 일본어를 교육받는 학생에 비해 적지만 학교측과 몽펠리에 교육청 국제부 국장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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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마니피시에(Mme.Manifecier) 교장과 김태훈 해외홍보문화원장 2019.11.24 89hklee@newspim.com |
마니피시에 교장은 "지난 12일부터 열흘간 '한국의 날'로 지정해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교류하고, 함께 비빔밥도 먹는 체험이 있었다.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보였고 또 최근 한국 예술과 케이팝에 대한 인기가 높아 한국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프랑크 르 카르스(M.Franck Le cars) 몽펠리에 교육청 국제부 국장도 한국 문화에 대한 호응이 높다고 했다. 프랑크 국장은 "프랑스 내에서는 최근 한국 영화와 가요의 인기가 높다. 뭣보다 프랑스 역사에서는 독일과 달리 한국과 관련해 부정적인 감정이 있던 적이 없다. 그게 흥미롭다. 한국의 경제적 관계도 좋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몽펠리에에 중국어는 1200명, 일본어는 300명 정도의 학생이 수강한다. 이건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결과다. 한국어는 올해 시작했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며 "몽펠리에서 학교 중 두 곳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뜰리에 형식으로 배우는 학생이 총 100명 정도 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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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몽펠리에 퐁카라드 중학교 학생들 2019.11.24 89hklee@newspim.com |
퐁카라드 중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는 몽펠리에 한글학교(민간 세종학당의 역할하는 곳)의 이장석 교장이 맡고 있다. 이날 이장석 교장은 칠판 위에 집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집의 구조를 한국어로 말하고 쓰는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한국어를 왜 배우냐는 질문에 스스럼 없이 답했다.
한 학생은 "새로운 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학생은 "과학적이고 훌륭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수학처럼 규칙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언젠가는 한 번 한국에 가야해서" "문화가 다르다. 신기술이 많이 발달된 나라가 한국이라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 감독은 프랑스와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상호교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우선으로 해야하는게 '협업'이다. 콜라보레이션이 돼야한다. 그래야 '한국이 프랑스와 어우러지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