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이 대형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에 나섰다.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 0%를 앞세우며 극심한 출혈 경쟁을 벌였던 미국 증권업계의 본격적인 통폐합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찰스 슈왑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CNBC는 찰스 슈왑이 TD아메리트레이드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고,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260억달러. 양사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자산 규모 5조달러를 웃도는 거대 증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찰스 슈왑의 자산 규모가 3조8000억달러에 이르고, TD아메리트레이드의 자산은 1조3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웰스 파고의 마이크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증권업계에 골리앗이 탄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찰스 슈왑은 0% 수수료를 처음 도입한 업체다. 이어 경쟁 관계인 다른 온라인 증권사는 물론이고 피델리티를 포함한 일부 자산운용사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수료 출혈 경쟁이 결국 업계의 통폐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 슈왑의 창업자 겸 회장 찰스 슈왑 역시 지난달 CNBC와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소매 증권업계의 통폐합은 매우 논리적인 결론이고, 조만간 현실화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적정 밸류에이션이라면 찰스 슈왑 역시 뛰어들 것"이라며 "다만, 주주들의 이해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찰스 슈왑의 TD 아메리트레이드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이를 '첫 삽'으로 M&A가 꼬리를 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간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만큼 살아남기 위한 합병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개인 고객들을 공략했던 증권업계는 실리콘밸리 IT 업체들이 공급하는 무료 트레이딩 앱이 확산되면서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로빈후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 앱으로 수수료 없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 로빈후드는 600만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대다수가 밀레니어 세대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주요 업체들이 수수료를 0%로 후려친 것도 이 때문.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수료를 폐지하기 전 찰스 슈왑이 걷어들인 수익은 매 분기 9000만~1억달러에 달했다.
작지 않은 매출 공백이 발생하면서 찰스 슈왑은 지난 9월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6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비용 감축에 돌입했다.
지난해 기준 순 매출액 대비 수수료 수입 비중은 인터랙티브 브로커스가 41%로 가장 높았고, TD 아메리트레이드가 36%로 뒤를 이었다. E-트레이드와 찰스 슈왑은 각각 17%와 7%로 파악됐다.
업계는 E-트레이드와 인터랙티브 브로커 등 관련 업체의 추가 M&A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업계 애널리스트가 TD아메리트레이드의 E-트레이드 인수를 점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