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온라인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업계 1위인 찰스 슈왑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수수료를 0%로 떨어뜨린 지 하루만에 경쟁사 E-트레이드 파이낸셜 역시 같은 행보를 취한 것.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수 년간 제 살 깎기 식의 수수료 경쟁이 가열된 데 이어 주식 거래 앱을 앞세운 스타트업 기업들이 가세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관련 업체의 통폐합에 불을 당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트레이드 파이낸셜은 오는 7일부터 주식과 ETF, 옵션 거래 수수료를 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찰스 슈왑이 결정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이 밖에 TD 아메리트레이드 홀딩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그룹 등 관련 업체가 뒤를 이을 움직임이다.
사실 미 증권업계의 수수료 경쟁은 수 년간 이어졌다. 온라인 업체는 물론이고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도 적극 가세했다.
JP모간이 연간 100회까지 주식 및 ETF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섰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역시 일부 온라인 주식 및 ETF 거래 수수료를 철회했다.
온라인 증권사 출범에 촉발시켰던 수수료 경쟁은 앱을 앞세운 스타트업의 등장에 한층 더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로빈후드. 스마트폰 앱으로 수수료 없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 로빈후드는 600만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대다수가 밀레니어 세대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어 웰불과 M1 파이낸스, 트레이드제로 등 흡사한 비즈니스 모델의 업체가 속속 업계에 입성하면서 찰스 슈왑을 포함한 온라인 증권사는 물론이고 월가 IB 업계까지 바짝 긴장한 상황.
문제는 업체의 수익성이다. 제로 수수료 서비스를 검토 중인 TD 아메리트레이드는 분기 매출액이 15~16% 급감할 전망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다르겠지만 누구도 제로 수수료에 따른 실적 저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업체가 나타나면서 금융업계의 통폐합이 벌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특히 TD 아메리트레이드의 E-트레이드 인수를 점치고 있다.
찰스 슈왑이 지난달 전직원의 3%에 해당하는 6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용 한파도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순 매출액 대비 수수료 수입 비중은 인터랙티브 브로커스가 41%로 가장 높았고, TD 아메리트레이드가 36%로 뒤를 이었다. E-트레이드와 찰스 슈왑은 각각 17%와 7%로 파악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