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양진모 오페라 전문 지휘자가 라벨라 오페라단과 함께 '마리아 스투아르다' 초연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 2015년 '안나 볼레나'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최근 예술의전당 오페라 연습실에서 양진모 지휘자와 만났다.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막바지 연습과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는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에서 두 번째로 국내 초연 오페라를 올리는 쉽지 않은 여정에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다.
"4년 전 초연을 올린 '안나 볼레나'는 제가 한국에서 꼭 연주해보고 싶은 작품이었죠. 다른 시립 오페라단에서도 그런 얘기는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라벨라 단장님과 의기투합해서 공연을 올렸죠. 여왕 3부작 중에 두 번째 작품인 '마리아 스투아르다'도 단장님이 컨택을 하셨고,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안나 볼레나' 작업 끝나고 공연이 굉장히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어요. 그래서 '마리아 스투아르다'도 기회가 되면 꼭 하자고 했었죠. 이렇게 돌아오는 데 4년이 걸렸네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양진모 오페라지휘자 [사진=라벨라오페라단] 2019.11.18 jyyang@newspim.com |
라벨라 오페라단의 이강호 단장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오페라를 넘어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지휘자에게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라벨라와는 계속해서 도전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초연 작품에 참여하는 자체가 즐겁다"면서 이번에도 참여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한국에서 저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주로 활동해왔고, 다른 분들이 그렇게 더 많이 불러주셨어요. 사실 국내에서 올리는 오페라들이 한정돼있고 한 10개 작품 내에서 주로 돌아가면서 공연을 하는 형편이에요.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은 저도 지휘를 하죠. 그래서 초연 작품을 하게 되면 더 재밌고 즐거운 작업이 돼요. 어렵다기보다 기대되는 거죠. 이런 작품은 준비도 일찍부터 시작하거든요. 관련된 여러 희곡이나 문헌을 찾아보는 작업이 정말 즐거워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다보니 관객에 더 좋은 작품을 보여주려 신경을 쓰고 있죠."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적 작품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설명하며 양 지휘자 역시 오페라 가수들의 기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도니체티 작품의 특징인 드라마와 감정이 아주 세밀하게 구현돼야 하는 점도 그가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다.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아무래도 오케스트라보다는 성악가들의 기량이나 테크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우리 역할 중엔 성악가들을 잘 다독이고 본인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죠. 도니체티의 작품은 장면에 대한 감정 처리 같은 게 섬세해요. '마리아 스투아르다'도 그렇죠.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영화로도 많이 다뤄졌는데 두 여자의 대립관계를 중심에 두고 거기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관계를 맺어가요. 도니체티도 그래서 아리아보다 중창을 중점으로 만든 느낌이죠. 이중창과 삼중창이 좋은 곡들이 많은 편이고 탄탄한 앙상블들이 빛날 거예요."
특별히 이번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두 명의 여성 소프라노가 극을 이끌어간다. 일반적으로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혹은 알토의 오페라가수가 주요 배역을 담당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양 지휘자는 "가수를 어떻게 기용하느냐, 또 캐릭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도 이 작품은 소프라노 두 명이 공연하거나, 메조 소프라노가 마리아 역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수를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캐릭터 설정에 달리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소프라노와 메조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엘리자베타를 조금 낮은 음역대의 소프라노로 기용해서 구성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소프라노 두 분이 함께 무대에 오르죠. 오페라 가수들에게 초연작이 어렵게 느껴질 만한 부분은 생소함이 가장 커요. 많이 한 작품같은 경우 서너달씩 리허설할 필요가 없고 짧은 기간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 많아요. 이 작품은 사실 연주를 해본 사람이 별로 없기에 악보, 캐릭터, 극적인 표현들을 익히고 구현하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보람된 작업일 겁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양진모 오페라지휘자 [사진=라벨라오페라단] 2019.11.18 jyyang@newspim.com |
양 지휘자는 '마리아 스투아르다' 외에도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더 많다고 했다. 그가 라벨라 오페라단과 함께 시립이나 국립오페라단도 하지 않는 초연작을 계속 국내에 소개하는 의미있는 일에 매진하는 이유다. 그냥 지휘자도 아닌 오페라 지휘자라는, 어쩌면 생소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가 이 직업에 갖는 사명감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폰 키엘리의 '라 조콘다'도 아주 흥미있는 드라마와 구성을 가졌음에도 국내엔 공연되지 않았죠. 오페라 지휘자는 단순히 음악만 알아서는 안되는 직업이에요. 처음 악보를 보기 전에 텍스트부터 공부하죠. 지난 봄에도 서울시 오페라단과 '베르테르'를 했는데 일단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공부를 좀 하고 시작했어요. 언어를 모르면 오페라 지휘를 잘 할 수 없어요. 번역본을 볼 수도 있지만 여러 음악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그 언어에 담았기 때문에 텍스트를 모르고 오페라 지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언젠가 쓰러지더라도 피트에서 쓰러지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게 보람되고 행복해요. 여건이 되는 한 오페라 지휘를 계속 열심히 하는 게 바로 꿈이죠."
아직 대중에 생소한 장르지만 양 지휘자 역시 오페라가 모든 삶의 애환을 담은 장르임을 강조했다. 그는 "오페라는 역사는 물론 모든 걸 품은 종합예술"이라며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충분한 것은 물론,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감상하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공연을 예고했다.
"가수들도 그렇고 인생 오페라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무대와 의상도 굉장히 화려하고 영국 튜더왕조를 재현하려 애쓰는 중이죠. 볼거리도 많을 거고 음악적인 면도 그렇고요. 사실 대중의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 늘 있는데 조금 아쉽기는 해요. 일단 오페라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졌으면 좋겠고 우리 작품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죠. 영화든 희곡이든 이 스토리를 좀 알고 오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이 현실에서도 통하는 이유는 분명하죠. 오래 전 이야기지만 사람간의 관계, 사랑이나 질투, 시기, 미움 같은 보편적 감정을 얘기하니까요. 시대가 흘러가도 누구든 공감할 이야기라 이질감은 없을 거예요. 음악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감상하면 됩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