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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먼저다]창백한 표정으로 살인하지 말라

기사입력 : 2019년11월15일 09:36

최종수정 : 2019년11월15일 09:36

강승룡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홍보실장

[편집자] 보건복지부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이다. 하루에 3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살률이다. 2013년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줄고 있지만 이를 시도한 사람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다양한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은 그 뒤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실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지속적인 전문가 기고를 통해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시스템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

두 살배기 아들이 공기청정기를 안고 넘어져 아랫니가 부러졌다. 잇몸까지 다쳐 피가 많이 났다. 아파서인지 놀라서인지 자지러질 듯 오래 울었고, 나는 간신히 잠든 녀석의 머리맡에서 흐느끼며 새벽을 밝혔다. 외롭게 버려진 아이의 심연으로 건너갈 수 없는 근원적 한계 앞에서, 모든 가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겨우 이가 부러진 건데 그랬다. 사랑하기 때문일까, 이렇게 힘들 지 당하기 전엔 몰랐다. 고등학생 시절 이를 세 개나 부러뜨리고 친구 등에 업혀 현관에 들어설 때 늙은 엄마도 무너지듯 주저앉아 오래 우셨다. 피가 펄펄 끓는데 그깟 이 좀 부러진 걸 갖고 유난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수많은 담론이 흘러넘친다. 다양한 정의를 부르짖는 촛불과 깃발이 민주주의의 성취를 자랑하듯 도시의 하늘을 메웠다. 전면적인 실현 여부와는 별개로 자유와 평등이 보편적 가치로 확인된 지 오래다. 한류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고궁을 걷는 외국 관광객들은 어색한 한복차림으로 밝게 웃는다. 그리고 곳곳의 골방에서는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이 혼자 목숨을 버린다.

강승룡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홍보실장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자살을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적한 건 19세기 말이다. 지금은 21세기다. 많은 연구가 있었고 실험도 진행됐다. 민간과 공공 영역에서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였다. 크고 작은 효과가 있었지만, 세상이 해법을 알고 있어도 사람은 줄지어 죽어간다.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의지가 부족한 탓이거나, 관심이 적은 결과다. 우주를 탐사하는 시대에 달리 무슨 설명이 가능할까. 뒤르켐은 사회 통합의 정도에 따라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인 자살이 나뉘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질적인 사회 구성 원리 간 균형의 문제로 이해되지만, 보다 엄밀하게 혹은 상식적으로는 사회 통합의 원동력으로서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의 실종에 대한 질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호하게 말하자. 아무도 죽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돈이 많건 적건, 배움과 지위가 높든 낮든 마찬가지다. 살인을 방치하는 것도 살인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살인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극단적이고 왜곡된 명분을 받아들이면 된다. 살림이 어려워서, 몸이 아프거나 마음을 다쳐서, 이런저런 궁지에 몰려 사람들이 죽어가는 공동체는 지옥과 멀지 않다. 온갖 악성 댓글로 망가뜨린 누군가의 죽음에 또 다시 쏟아진 조롱의 패악은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악취이며, 우리 모두의 치욕이다. 멀찍이 떨어져서 연민 따위를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살을 부르는 시스템의 한계를 규탄하고, 절박하게 다가가 서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자살하는 사람의 책임 따위는 나중에 물어도 괜찮다.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면 일단 그런 질문은 접어두자.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식을 떠올리면 쉽다. 땅에서 솟은 사람은 없을 테니 부모를 생각해도 좋다. 누구든 방음 처리된 유리상자에 갇힌 사랑하는 사람을 그려보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자살하는 장면을 밖에서 지켜본다고 상상해보자. 안에서는 이쪽을 볼 수 없다. 통곡이든 절규든 그들에게 닿을 방법은 없다. 목을 매거나 시퍼런 칼로 팔을 그을지도 모른다. 독약을 마시고 연탄가스를 피울 수도 있다. 피와 눈물이 범벅된 채 빠르거나 천천히 혼자서 죽어간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그들에게 건너갈 수 없다. 너무나 잔인한 상상일까. 실제로 지금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데도, 겨우 생각만으로도 끔찍한가. 고상한 표정과 아름다운 언어를 접고, 절벽에 매달린 것처럼 다급하게 서로의 손을 붙들자. 창백한 무관심으로 모른 척 살인하지 말라.

강승룡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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