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성사 시 '이용자 1억명' 규모의 플랫폼 탄생
닛케이 "아시아서 美·中 플랫폼 기업에 대항할 것"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진행 중이며, 이달 내 기본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문은 합병이 성사된다면 "금융·소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자 1억명 규모의 디지털 기반이 탄생해 일본 내 인터넷 산업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아시아 무대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 세력에 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손정의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라인은 일본에서 약 8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한국 네이버가 지분의 73%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최대 검색엔진인 야후 재팬은 약 5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약 45%를 갖고 있는 Z홀딩스가 야후 재팬의 최대주주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양사가 50%씩 출자하는 신규 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이 Z홀딩스 지분의 70% 가량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신규 법인의 100% 자회사로 들어간다. 현재 신규 법인을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두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양사는 이달 내 기본 합의를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Z홀딩스의 2018년도 매출은 9547억엔(약 10조2503억원), 같은 기간 라인은 2071억엔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현재 일본 인터넷 기업 매출 1위인 라쿠텐(楽天)을 뛰어넘게 된다.
일본 언론은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라인은 합병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라인은 인공지능(AI) 관련 개발 투자와 라인페이 판촉비 등으로 투자 부담을 안고 있어, 올해 1~9월 결산도 최종손익이 339억엔 적자였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는다면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부담을 덜 수 있다.
야후 재팬은 기술력과 함께 8000만명의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게 된다. 산케이신문은 "소프트뱅크와 야후는 인터넷을 통한 구매이력, 검색결과 등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분야를 성장산업으로 여긴다"며 "라인은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양사는 합병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거대 IT기업에 대항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사의 경영통합 이유가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지각변동 때문"이라며 "통합 서비스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 데이터를 집약할 수 있는 지가 인터넷 기업의 승패를 가른다"고 분석했다.
현재 인터넷 산업은 서비스별로 기업이 분산됐던 과거와 달리, 1개의 창구를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 플랫폼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텐센트다. 10억명 규모의 사용자를 보유한 텐센트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위챗 외에도 인터넷 통신판매, 결제 서비스, 게임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며 데이터를 끌어모으는 메가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이 성사되면, 이들 메가 플랫폼 기업에 맞설 이용자 1억명 규모의 기반이 마련된다. 네이버는 한국 최대 검색엔진과 일본·동남아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와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터넷 산업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우려점도 존재한다. 산케이신문은 "양사는 뉴스와 콘텐츠 사업, 핀테크 분야 등 중복되는 점이 많다"며 "향후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도 과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