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전문가 말 인용해 지난주 JGTO 헤이와 PGM 챔피언십 우승 뒷얘기 분석
"쇼트 게임·경기 전개 능력 탁월하고 상대 전략에 따른 대응 등 승부사 기질 보유"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쏘았다" 복싱 얘기가 아니라, 골프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 3일 끝난 일본골프투어(JGTO) 헤이와 PGM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호성의 스토리가 일본 골프계에 잔잔하게 메아리지고 있다.
그 대회 최종라운드 우승경쟁은 최호성(46)과 이마히라 슈고(27)의 대결로 압축됐다. 최호성은 3라운드까지 이마히라에게 1타 앞선 선두였다. 최호성이 리더보드 맨 위에 있었지만 올해 JGTO에서 우승 한 번에 2위를 다섯 차례나 하며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이마히라의 상승세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마히라는 필 미켈슨을 제치고 세계랭킹 50위로 오르며 한참 기세가 등등한 상태였다.
최호성이 지난주 열린 JGTO 헤이와 PGM 챔피언십에서 퍼트를 한 후 '들어가라!'는 뜻이 담긴 몸동작을 하고 있다. [사진=GDO 홈페이지] |
최종일 전반에 이마히라가 버디 4개를 잡고 버디 2개를 기록한데 그친 최호성에게 1타 역전했다. 승부의 흐름은 그대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에 반전이 이뤄졌다.
이마히라가 11,17번홀에서 보기를 한 반면, 최호성은 그 두 홀에서 버디를 잡고 2타차로 다시 역전하며 투어 통산 3승 고지를 밟았다.
두 선수가 포함된 챔피언조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따랐다. 경쟁 상대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최호성과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이마히라의 대조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볼거리였다.
최종일 챔피언조 경기를 지켜본 일본 중견 프로골퍼 사토 노부히토(49)는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에 관전평을 싣고 두 선수의 전략과 전술을 분석했다.
"최호성은 독특한 스윙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지닌 반면 치밀하고 견실했다. 실수를 줄이는 곳으로 볼을 보냈고 코스 매니지먼트가 탄탄해 안정적 골프를 했다. 아슬아슬하고 바등바등한 이미지를 주지만 샷이나 퍼트는 안정감이 높았다. 이마히라는 경쟁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 맞붙은 최호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여서 그런지 경기를 힘들게 풀어나갔다."
사토는 최호성의 장점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쇼트게임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이다. 최호성은 샌드 세이브, 리커버리, 평균 퍼트수에서 상위권을 달린다. 사토는 "최호성은 짧은 어프로치샷이나 롱퍼트를 할 때에도 무심결에 '들어가라!'고 소리친다"고 지적했다. 최호성은 올해 샌드 세이브 부문 3위(58.33%), 리커버리 10위(65.10%), 평균 퍼트수 47위(1.793개)를 달리고 있다.
둘째는 경기 전개를 읽는 능력이 좋다는 점이다. 최종일 후반 이마히라의 11,17번홀 티샷이 빗나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최호성은 안전한 클럽 대신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볼을 멀리 보내놓음으로써 상대의 기를 꺾었다. 사실상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전개된 우승 경쟁에서 최호성은 세심한 전략으로 승부사의 기질을 보였다는 뜻이다.
사토는 두 선수의 우승 다툼을 복싱에 비유했다. "전반엔 이마히라가 공격 위주로 버디를 많이 잡았다. 최호성은 가드를 굳히고 있었다. 후반들어 이마히라의 겨드랑이가 벌어진 순간 최호성은 놓치지 않고 정확한 펀치를 날렸다. 결국 최호성은 이날 나비처럼 춤추면서 날아가 벌처럼 쏘았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다른 선수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나 사토는 "가끔은 자신의 플레이에 투철한 스타일보다 경쟁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승기를 잡는 스타일이 더 낫다는 것을 최호성이 보여주었다"고 글을 맺었다.
최호성은 양용은(2018년 더 크라운스 우승 당시 46세3개월14일)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많은 나이(46세1개월17일)에 JGTO에서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스물 다섯 살에 골프에 입문한 '늦깎이'이지만, 독특함을 밑천 삼아 40대 후반에도 젊은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보여준다.
최호성은 14일 시작하는 미쓰이 스미토모 비자 다이헤이요 마스터스에 이마히라 등과 함께 출전한다. ksmk7543@newspim.com
최호성(왼쪽)이 3일 열린 JGTO 헤이와 PGM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경쟁을 벌인 이마히라 슈고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GDO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