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부담 줄이기 위해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
호화주택세 면제로 거래가 인하 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부동산 투기와 가격 폭등으로 '악명' 높은 중국 선전(深圳)시 지방 정부가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인기 지역의 부동산에 부과되던 '호화주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존에 설정한 '호화주택'의 기준이 현실 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한 대책이다.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 등 복수의 중국 매체에 따르면, 선전시 정부는 용적률 1.0 이상 단일 건축 면적 144㎡(약 44평) 이하의 주택을 보통주택으로 분류하고, 기존에 부과했던 '호화주택세(豪宅稅)'를 면제한다고 11일 밝혔다. 호화주택 기준선을 대폭 상향 조정한 셈이다. 새로운 규정은 이날 바로 시행됐다.
'호화주택세'는 선전시가 2015년 마련한 부동산 거래 관련 세수 항목이다. 선전시 내 지역별 부동산 거래가격에 따라 '호화주택'으로 분류되는 주택을 구매할 때는 거래금액의 5.6%에 해당하는 '호화주택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선전시 인기 지역인 난산(南山)에서는 매매가 490만위안(약 7억8000만원) 이상, 푸톈(福田) 지역은 479만 위안 이상, 뤄후(羅湖) 지역은 390만 이상의 주택이 호화주택으로 분류됐다. 비교적 부동산 가격이 낮은 광밍신구(光明新區)와 핑산신구(坪山新區)는 각각 250만과 200만위안 이상의 주택에 호화주택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선전시의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존에 설정한 호화주택세 거래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우리나라에서 고가 주택의 기준이 되는 한 채당 9억원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선전시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반영하여 기존에 시행하던 '호화주택세'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에 큰 부담을 준다고 판단, 한시적으로 세금 면제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의 시행은 신규 분양주택 보다는 기존주택 거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분양주택의 거래가가 이미 호화주택 기준선을 크게 웃돌 정도로 높게 형성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왕펑(王峰) 선전시 부동산연구센터 주임은 "선전시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조정에 나섰다. 호화주택으로 분류된 일부 부동산을 보통 주택으로 재설정, 세금을 면제함으로써 투기자가 아닌 실 거래자들의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부동산 구매자들은 적지 않은 비용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전 난산 지역의 120㎡ 면적, 거래가 1000만위안(약 16억6000만원)의 아파트의 경우 약 37만위안(약 61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실수요자를 위한 선전시의 이 같은 특단의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온다. 이미 시장에선 호화주택세 면제 제도가 시행된 첫날부터 매도 물건의 가격을 인상 조정하는 집주인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리위자(李宇嘉) 선전시 부동산연구센터 연구원은 "2015년 선전시가 호화주택세를 시행한 이후 신규 분양주택 가격은 50% 이상 올랐다. 신규 주택 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비할 것이다. 기존주택 시장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다만, 호화주택세 시행 이후 실수요자들의 주택까지 '호화주택'으로 묵이면서 주택 구매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됐고, 이로 인해 선전시 부동산 거래량 증가 추세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호화주택세 면제로 인해 기존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 실수요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올해 8월 시범지역으로 시행된 지역에서 기존주택 가격이 일제히 올라가는 현상이 이미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주택 구매에 나선 한 선전 시민은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근에 봐뒀던 아파트도 호화주택세 면제 대상이 됐다. 그러나 집 주인이 바로 매매가를 15만위안이나 올렸다"라고 밝혔다.
jsy@newspim.com